[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지난해 11월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알리바바(09988.HK)가 강구퉁(港股通) 거래 종목에서 제외될 것을 보인다. 이는 중국 본토 개인 투자자들의 알리바바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여서, 알리바바 주식에 악재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중국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은 홍콩 증권거래소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한 차등의결권(WVR) 구조 기업에 대한 강구퉁 거래를 제한할 것을 건의했다고 12일 보도했다.
강구퉁은 후강퉁(滬港通·상하이-홍콩 주식 교차 매매), 선구퉁(深港通·선전-홍콩 주식 교차 매매) 제도에서 중국 자본의 홍콩 증시 투자가 이뤄지는 루트다. 중국 개인 주식투자자들은 강구퉁을 통해서만 홍콩증시 종목에 직접 투자가 가능하다.
알리바바가 미국에 이어 홍콩증시에 상장할 당시 강구퉁 거래 종목 편입이 유력했다. 강구퉁 거래 종목에 포함되면 중국 본토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홍콩거래소가 외국 증시에 먼저 상장한 후 홍콩증시에 2차로 입성하는 기업 가운데, 차등의결권 제도를 유지한 기업의 강구퉁 거래 금지 방침을 세움으로써 알리바바에 대한 중국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도 힘들어질 전망이다.
다만 샤오미(小米·01810.HK), 메이퇀(美團·03690.HK) 처럼 다른 나라 증시를 거치지 않고 홍콩에 먼저 상장한 차등의결권 기업은 강구퉁 거래가 가능하다. 샤오미와 메이퇀은 이미 강구퉁 목록에 편입된 상태다.
홍콩거래소의 이 같은 결정은 다른 나라 증시를 거치지 않고, 홍콩 증시에 우선 상장하는 과학기술 기업에 공평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홍콩 증시를 우선 선택한 기업에 대해 혜택을 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중국 본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안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콩에 제2 상장한 기업은 통상 먼저 상장한 지역 증시의 규정에 따라 기업 정보를 공개한다. 예를 들어, 알리바바가 강구퉁 거래 종목에 편입되면 중국 투자자들이 기업 정보를 볼 때 A주 규정에 다른 공시가 아닌 미국 증시 기준의 정보를 접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 증시 규정에 익숙하지 안은 중국 투자자들이 정보 수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증감회가 홍콩거래소의 제안을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홍콩거래소의 이 같은 제안이 상하이와 선전거래소 발전에 유리하다는 측면에서 증감회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홍콩 현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알리바바가 강구퉁 거래 종목에 편입이 되면, 미국 시장을 통해 전 세계 투자자들의 자금을 흡수하면서 중국 본토 개인의 투자금도 유치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례가 성공하면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징둥(京東), 바이두(百度) 등도 홍콩에 제2 상장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증시에 상장한 중국의 우량 기업을 상하이 등 A주 시장에 유치하려는 중국 본토 자본시장 입장에선 매우 불리한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만약 강구퉁 거래가 막히면 이들 기업이 중국 A주 'U턴'을 고려할 여지가 생기게 된다.
상하이거래소는 지난해 과학기술 전문 시장인 커촹반을 출범시키고, 이 시장에서 주식등록제를 시범 시행하는 등 우수 첨단산업 기업 유치에 나섰고 미국 증시에 둥지를 툰 자국 기업의 '귀국'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홍콩 현지 시장 관계자들은 홍콩거래소의 이 같은 결정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디이차이징이 취재한 다수의 홍콩 기관투자자 관계자들은 홍콩 상하이 선전 거래소 상호 경쟁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지만, 후·선강퉁 거래로 관계가 긴밀해지고 중국 자본시장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윈윈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알리바바의 강구퉁 종목 편입 배제는 의외의 결과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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