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사법농단' 사건의 무죄가 계속되는 가운데 양승태(72·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재판이 21일 재개된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3·12기)·고영한(65·11기) 전 대법관의 공판을 연다.
재판은 지난해 12월 법원 동계 정기휴정기가 끝난 뒤 재개될 예정이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건강상 이유로 재개되지 못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폐암 수술로 폐 일부 절제수술을 받아 안정이 필요하다는 이유 등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이 주목 받는 건 사법농단 재판이 줄줄이 무죄가 선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농단은 당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정부가 민감하게 생각했던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이나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 판결을 '거래'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수사 후 양 전 대법원장과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던 두 전직 대법관이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임 전 차장이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에게 재판 개입을 지시한 '조직적 범죄'라고 결론 내렸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1.11 |
하지만 법원은 재판에 넘겨진 실무 판사들 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세월호 7시간' 칼럼을 게재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는 임성근(56·17기)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의 경우는 "재판 개입이라는 위헌적 행위는 있었지만 형사수석부장의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재판 개입이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또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은 있었지만 재판부가 내린 판결과는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판단했다. 개입은 했으나, 받아들이는 사람이 이를 재판권 침해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운호 게이트' 당시 사법부 전체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기록을 상부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신광렬(55·19기)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와 조의연(53·24기)·성창호(47·25기)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이들이 넘긴 수사자료가 기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영장판사들은 통상의 예에 따라 수석부장판사에게 주요 사건 처리 결과를 보고하고 수석부장은 법관 비위 사안을 상급기관인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것으로 직무상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행위가 모두 관행이었다고 판단하면서 조직적 범행이라는 공소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박병대 전 대법관, 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뉴스핌DB] |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사안 요약 문건을 청와대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54·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재판부도 "피고인이 재판연구관에게 지시해 사안 요약 문건을 작성하게 하고, 이를 임 전 차장에게 전달했다거나 임 전 차장이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혹은 사법부 외부 성명 불상자에게 제공했다는 점과 관련해 공모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공모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사법부의 조직적 범행이라는 검찰의 공소사실 기본 전제가 통째로 흔들리면서 '정점'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 등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나 임 전 차장도 직권남용 관련해서는 상당 부분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직권남용의 요건을 까다롭게 해석한 것도 이에 한 몫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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