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허고운 기자 = 북한과 미국 간 지지부진한 비핵화 국면이 길어지고 있다. '빈손'으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스웨덴 실무협상 이후 답보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일련의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3일 대선 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미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사실일 경우, 앞으로 약 9개월간은 '공백' 상태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협상 재개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다고 했다. 다만 도발이냐 대화냐 두 가지 선택지 모두 북측에는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북한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사진=조선중앙통신] |
◆ 우정엽 "김정은, 도발이냐 대화냐 딜레마 빠져"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미교착 국면의) 현 상황은 북한이 뭘 특별히 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달라지지 않는다"며 "북한으로서는 다시 협상에 나오거나 아니면 잘못된 계산일지라도 미국이 위기의식을 느낄 만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센터장은 "다만 그렇게 하려면 단거리 미사일론 안 되고 과거보다 훨씬 강한 도발을 해야 한다"며 "문제는 그런 도발을 했을 경우, 미국이 협상을 하자고 할지 군사적 행동을 보일지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세상은 곧 머지않아 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한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약속도 폐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북한의 우방국 러시아도 일방적인 엄포는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미 간 교착국면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12일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은 북한이 핵실험 중단 의무를 지킬 이유도 없지만, 동시에 핵실험을 행할 필요성도 없다는 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2일 북한 조선중앙TV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보도 일부.[사진=조선중앙TV 캡처] |
◆ 박원곤 "北, 코로나19 변수 직면…美 대선 전 도발·압박 가능성"
이른바 '뉴욕채널'을 통한 물밑 접촉 가능성이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이 대선에 신경을 쏟는다면,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당초 북한은 '정면돌파전' 노선으로 올해까지 버텨보겠다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현재 코로나19라는 변수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이는 체제도전 요인이 되는 것"이라며 "정면돌파전도 코로나19 때문에 경제부분에서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연말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당장은 코로나19 때문에 가만히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도발하거나 압박을 가하려 할 것"이라며 "차후 요동치는 미 대선 국면을 활용해 자신들의 입장과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대미메시지 발신에 아주 적극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확실한 것은 북한은 미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합의는 안하려 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 안 되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