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증권·금융

'사기계좌' 20%가 인터넷은행…DLF급 소비자피해 노출

기사등록 : 2020-02-20 15:03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인터넷은행 계좌 활용한 사기 건수…지난해 4만여건 달해
계좌개설·해지 간편함 악용 급증, 카카오뱅크가 가장 많아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인터넷 중고카페에서 사기를 당했다. 물품 대금을 입금한 이후 판매자가 잠적했기 때문. A씨의 신고로 경찰이 즉각 수사에 나섰지만 사기꾼이 거래 직후 계좌를 없애는 바람에 검거에 애를 먹었다. A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기꾼들이 손쉽게 계좌개설과 해지가 가능한 인터넷은행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인터넷전문은행 계좌가 개인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기피대상'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계좌개설과 해지가 간편하다는 점을 악용해 사기거래에 악용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범 전부터 제기되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인데 인터넷은행들이 소비자 보호를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2019년 기준 금융권 사기계좌 피해 건수. [자료=더치트] 2020.02.20 rplkim@newspim.com

20일 인터넷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지난해(1월~12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활용한 사기피해 건수는 각각 3만1567건과 7937건에 달한다. 전체 금융권 사기계좌 가운데 두 인터넷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육박한다.

통상 사기피해가 발생한 은행계좌 수는 규모에 비례해왔다. 고객 수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이나 농협, 신한은행을 통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출범하며 판세가 달라졌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포통장 근절'을 이유로 신규계좌 발급절차를 대폭 강화해왔던 것과 달리 인터넷은행들은 쉽고 빠르게 모바일로 계좌개설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실제 100%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인터넷은행의 계좌개설은 시중은행에 비해 허술하다. 용도 증명을 위한 복잡한 서류 등을 몇 번의 터치만으로 대체한 탓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까다로운 계좌개설도 정말 손쉽게'라는 문구로 절차가 간소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기피해 계좌는 카카오뱅크에서 특히 압도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8년(1월~12월) 1만5943건(10.57%)로 3위를 차지했던 카카오뱅크는 불과 1년 만에 3만1567건으로 98% 급증하며 1위가 됐다. 케이뱅크 역시 같은 기간 3750건에서 7937건으로 사기피해 계좌가 112% 급증했다.

이에 인터넷은행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일부 이용자가 인터넷은행 계좌개설의 편의성을 '악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사기범죄에 활용하는 것은 개인의 일탈이지 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 아니란 설명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사기계좌 피해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부정계좌 등록을 요청하고 지급정지 처리하고 있다"며 "대포통장의 경우 적극적으로 모니터링에 나서는 등 대응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쉽고 빠른 서비스로 고객 수가 급증하며 나타나는 현상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러한 현상을 예견한 목소리가 예전부터 지속돼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은행들이 소비자보호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인당 계좌 개설 수를 제한하거나 절차를 보다 까다롭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A은행의 경우 비대면 입출금계좌를 추가로 개설할 경우 한도를 100만원으로 한정한다. 한도 제한을 풀기 위해선 지점을 직접 방문해 사용 목적을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은행들의 경우 역시 추가 계좌에는 한도 제한을 걸어둔다. 하지만 이를 푸는 것 역시 비대면으로 이뤄져 시중은행에 비해 절차가 훨씬 간소한 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간편한 계좌개설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은 시민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던 문제점"이라며 "사기계좌 관련 피해 건수가 급증했다는 점에서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rplkim@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