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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 안 들어줘 억울했다"…검찰 조사 중 투신한 이유는

기사등록 : 2020-02-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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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북부지검 10층서 투신…4층 정원에 떨어지며 경상만 입어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지난 19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20대 남성이 청사 10층에서 투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검사 신문 과정에서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아 억울한 마음에 뛰어내렸다고 한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이 남성이 검찰 조사 중 어떤 일을 겪었으며, 투신까지 결심한 결정적 이유가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강도치상 혐의로 송치된 A(25) 씨는 지난 19일 오후 2시 서울북부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조사가 한창 진행되던 오후 5시 30분쯤 A씨는 갑자기 10층 검사실 내 별도의 방으로 뛰어들어가 문을 잠갔다.

이후 '쿵'하는 소리가 청사에 울려퍼졌다. A씨가 방의 창문을 통해 밖으로 몸을 던진 것이다. 다행히 A씨는 4층 정원으로 떨어졌고 오른쪽 귀가 찢어지는 경상만 입었을 뿐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당시 A씨는 '심하게 다치지 않고 자기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할 정도의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7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의 모습. 2019.12.27 kilroy023@newspim.com

신고를 받은 노원소방서 수락119안전센터와 도봉경찰서는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했다. 소방대원들은 A씨가 심정지 상태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 구급차에 태워 인근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이송했다.

당초 경찰과 소방당국은 A씨가 투신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A씨가 생명에 지장이 없고 스스로 뛰어내렸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철수했다.

특히 A씨가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가혹행위 또는 강압수사가 있었다는 진술이 없었고 별도의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은데다, 검찰이 진상규명을 위해 직접 자체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투신으로 사망하게 되면 변사사건으로 접수돼 경찰이 조사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A씨가 경상만 입었고 자기 스스로 뛰어내렸다고 했다"며 "검찰에서 자체 조사를 진행한다고 해서 (조사를 중단했다)"고 했다.

다만 A씨는 경찰과 소방당국에 "얘기를 들어주지 않아 억울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검찰 수사 당시 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검사와 수사관들이 자신의 진술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현재 A씨 투신 경위 및 이유 등을 파악하기 위한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검찰청은 수사 과정에서 강압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 "투신한 이유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건 관계인의 진술 내용, 인격, 사생활 등과 관련될 수 있어 답변이 불가하다"며 말을 아꼈다.

법무부에 따르면 검찰 조사 과정에서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04년부터 2014년 7월까지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인원은 모두 83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유서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014년 발간한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연구'에서 "피조사자의 자살 원인을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자살자 중에는 정말로 억울함을 항변하려는 마지막 수단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분명한 사실은 통계수치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자가 발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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