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대구광역시를 거점으로 급속히 확산 중인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해 의료진들이 긴급 차출되는 가운데 보건당국이 '숙소 자체해결' 등을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의학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오후 대구 인근 지자체와 일부 국·공립 병원을 상대로 대구시 긴급 의료진 지원을 우선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전경[사진=복지부] |
이 가운데 인근 지자체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관련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지원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내려 보냈다.
복지부는 이 공문에서 "코로나19 확산상황 관련 대구광역시에서 공중보건의사의 지원근무를 긴급요청하니 각 도별 배정인원에 따라 업무지원 명단을 21일까지 제출해 달라"며 "업무지원자들이 22일 오전까지 대구광역시청 8층 상황실로 집결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전달했다. 긴급 업무지원 요청 인원은 충청남·북도에서만 각 15명씩 모두 30명이다.
이들 공보의를 포함한 파견 의료진들은 대구 소재 보건소 선별진료소 등에 배치돼 코로나 의심환자 검사 등 관련 업무를 맡도록 했다.
문제는 의료진 차출만 이뤄지고, 보건당국이 이들에 대한 방역대책 및 체계적인 관리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보의들에게 대구 파견이 공지되는 과정에서 "현재 상황에서는 정해진 것이 없어 당장은 숙소 제공이 어려우니 우선 '알아서' 숙소를 잡아 달라"는 취지의 보건당국 방침이 함께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내용은 공문에 명시되지는 않았다.
공보의 뿐만 아니라 일선 국·공립 병원에 근무하다 대구로 차출된 의사와 간호사들에게도 같은 지침이 내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은 대구로 이동하는 차편조차 제공받지 못한 채 개별 이동수단을 이용해 대구까지 이동해야만 했다.
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22일 보건당국이 대구 파견 의료진들에게 숙소를 '알아서 제공하라'고 했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불만 글 일부. |
대구로 근무 지원을 나간 한 국립 병원 소속 의료진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정부가 체계도 없고 계획도 없다"며 "의료진들을 '슈퍼전파자'로 만들 일 있냐"며 우려를 토로했다.
당국은 이후 대구에 파견된 의료진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뒤늦게 집결 당일부터 근무가 가능한 공보의 포함 일부 의료진들에게 우선적으로 숙소를 제공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에 일부 병원의 의료진 집단감염까지 현실화된 상황에서 의심환자 또는 유증상자를 가장 밀접하게 접촉할 수 있는 의료진들에게 별도의 정해진 숙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추가적인 의료진 감염 등 만일의 사태를 고려하지 않은 안일한 대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이들 의료진들이 시내 곳곳으로 흩어져 '알아서' 숙소를 마련할 경우 또 다른 '방역 무방비'상태와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환자와 대면하며 접촉한 바이러스 전파 위험성 뿐 아니라 누가 거쳐 갔을지 모를 감염지역 내 숙소에서 의료진들의 건강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대구의 경우 사실상 지역사회감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보건당국의 체계적인 대응이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이 같은 대처는 오히려 시민들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이 의료진들에 대한 파견 명령만 내려놓고 이에 대한 방역은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파견 근무를 나간 의료진들의 숙소를 안전한 장소에 마련해 추가적인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막아야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한편 보건당국에 따르면 22일 오후 4시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433명이며 이로 인한 사망자는 3명이다. 이 중 대구·경북 확진자는 총 352명(81.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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