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달 이른바 '데이터3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회사가 가진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모델을 구상중인 기업들의 자문이 늘었습니다. 해외 기업들도 국내로 진출하기 위해 관심을 보이고 있죠"
손도일(54·사법연수원 25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법정에서의 법리 싸움보다 법률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기업들의 자문을 주로 맡고 있다. 손 변호사는 율촌에서 ICT(정보통신기술)팀을 이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전국 대부분 법원들이 임시 휴정기에 돌입한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손 변호사를 만났다. 요즘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의를 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는 손 변호사는 이날 인터뷰를 위해 잠시 마스크를 내려놓았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손도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율촌 법률사무소에서 뉴스핌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0.02.25 dlsgur9757@newspim.com |
손 변호사는 최근 금융감독자문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등에서 정보통신기술 관련 법 자문 등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최근 ICT 기업의 데이터 관련 자문에 주로 시간을 쏟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한 글로벌 의류기업이 한국 매장 내 CCTV를 분석해 자료로 활용하거나 회원정보를 이용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문제에 관해 자문을 한 적이 있다"며 "기업들은 주로 데이터를 어떻게, 어느 범위까지 활용할 것인지와 관련해 법적 문의를 한다"고 소개했다.
또 "국내 한 기업은 해외 10여 개국에서 사업을 하는데 각 나라별로 개인정보보호나 활용에 관한 법령이 다 달라 해외 로펌과 협업을 통해 자문을 하기도 했다"며 "글로벌 기업의 경우 사실 나라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해 데이터 활용에 있어 최소한의 기준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변호사는 지난달 9일 데이터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기업들의 자문 수요가 늘었다고 했다. 특히 국내로 진출하려는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문의를 많이 해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이터3법' 개정안은 과학적 연구, 통계 작성, 공익적 목적 등을 위해 일종의 암호화된 가명(假名)정보의 경우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당초 수집 목적과 합리적으로 관련된 범위 안에서는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없던 분야에서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등 데이터 활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손도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율촌 법률사무소에서 뉴스핌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0.02.25 dlsgur9757@newspim.com |
손 변호사는 "결국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 to C·Business to Consumer)가 많기 때문에 자문을 위해서는 개정된 데이터3법 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법·전자금융거래법·소비자보호법·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등 관련된 법까지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담 리서치팀을 따로 두고 데이터 활용에 관한 글로벌 트랜드나 다른 기업들의 사례 등 벤치마킹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법률 서비스 뿐 아니라 일종의 컨설팅 서비스까지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인수합병(M&A)을 주로 담당하던 과거 경력을 살려 인수할 회사와 인수되는 회사가 가진 직원·고객 데이터를 합병 준비·실사·거래 중 어느 단계에서 결합할지에 관한 업무도 담당한다.
"예전에는 M&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수대상 회사의 공장, 인력 등이었지만 요즘에는 회사·소비자가 갖고 있는 '데이터'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고 봐야죠.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공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마어마한 기업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ICT 기업들은 결국 데이터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손 변호사는 금융·의료·통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데이터 관련 업무를 계속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데이터 산업에서의 유망 분야는 의료·헬스케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병원 뿐만 아니라 각 기업이 가진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서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들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