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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쇼핑·호텔·칠성·건설 등기이사 줄사임한 배경은 책임? 꼼수?

기사등록 : 2020-02-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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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롯데쇼핑·칠성·건설 등기이사에서 물러나
책임 경영 차원 vs '꼼수 경영' 지적도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건설에 이어 호텔롯데·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물러나 그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말 롯데건설 사내이사에서 사임한 데 이어 호텔롯데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게다가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등기 임원에서 20년 만에 사임한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만큼 '전략적 판단'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칫 '사법적 리스크'로 인해 사업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책임은 지지 않고 오너로서 인사권을 쥔 채 뒤에서 '꼼수 경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 2020.01.20 nrd8120@newspim.com

신동빈,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 내려놓은 이유는?

27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해 말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직 사임계를 제출했다. 임기는 다음달 22일까지다.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다. 사임계는 3월 말에 열리는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2000년 롯데쇼핑 사내이사에 오른 신 회장은 2006년부터 대표이사직을 유지해 왔다. 이후 2013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사내이사는 계속해서 맡아 왔다.

이에 앞서 신 회장은 지난해 말 호텔롯데와 롯데건설 사내이사직을 사임했다. 호텔롯데는 대표이사직도 내려놨다. 이어 그룹 주요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의 사내이사직에서도 자진 사임의사를 밝혔다.

롯데 측은 호텔롯데와 롯데건설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배경으로 책임경영을 꼽았다. 다만 롯데쇼핑과 롯데칠성 사례에 대해서는 공시되기 전이라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집행유예' 확정에 전략적 선택이라는 시각 우세 

이처럼 신 회장이 스스로 잇따라 계열사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난 것은 책임 경영보다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많다.

수십년간 국민연금공단 등으로부터 신 회장의 계열사 겸직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왜 지금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났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이유다.

재계에서도 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신 회장이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에서 '국정농단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는 점이 크게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서 각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내린 결정이라는 의견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롯데] 2020.01.20 nrd8120@newspim.com

이를 뒷받침하듯 호텔롯데는 상장 추진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기업공개(IPO) 심사에서 경영진의 도덕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점이 고려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호텔롯데는 앞서 지난 2015년 IPO를 추진하다 경영 비리,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2016년 한 차례를 공모를 철회한 적이 있다.

롯데건설과 롯데쇼핑도 신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해 등기임원직에서 사임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부동산개발업법에는 사업체 등기임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개발사업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롯데쇼핑도 부동산 개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계열사다. 마트나 백화점의 신규 점포를 개발할 때 부동산개발업법 적용을 받는다.

주류 사업을 영위하는 롯데칠성의 경우도 주세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주세법은 주류 제조 및 판매 면허 신청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뒤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유예기간 동안 해당 면허의 효력을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유통학회장인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신 회장이 연이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리스크를 덜어내면서 기업을 이끌 수 있는 '전략적 판단'이라고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신 회장의 계열사 장악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김 교수는 "이미 지난해 인사에서 신동빈 '원톱 체제'를 구축한 만큼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더라도 대주주로서 인사권을 갖고 있어 경영에는 부담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법률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더라도 대주주로서 사회적 책임경영은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꼼수 경영'이라는 지적도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 뒤 오너로서 경영에 간섭을 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이사직을 내려놓고 대주주로서 인사권을 쥐고 뒤에서 '막후 경영'을 한다면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쇼핑이 200개 점포를 정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하면 노동조합과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많게는 수만명이 실직 위기에 놓인 만큼 신 회장이 책임이 수반되는 등기이사직에 있으면 책임론이 강하게 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일자리가 주요 국정과제인 현 정부의 기조와 반하는 사업 계획을 추진함에 있어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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