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국은 물론 일본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한일 양국 산업의 위기가 중국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와 눈길을 끈다.
중국 중타이(中泰) 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상호 산업의존도가 높은 한중일 삼국 무역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바이러스 사태 추이를 볼 때 양국의 확산주기는 장기화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의 일부 핵심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그 틈새를 중국산 제품이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내놨다.
◆ 한일 감염자 확산주기 장기화될 수도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이 폭발적인 확산 단계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확진자가 감소세로 전환되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내 바이러스가 한창 확산될 때 한일 양국은 방역 조치에서 다소 미온적이었고, 양국은 아직 바이러스 확산세의 절정기를 맞이하지 않았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한국의 경우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고,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집약적 확산세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중국 우한(武漢)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대구에서 첫 번째 확진자(전체 31번째 확진자)가 나온 후, 대구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6일 오전 9시 기준 한국 내 코로나 확진자는 1146명, 사망자는 11명으로 집계된 상태다.
일본의 경우 한국처럼 폭발적인 확산 속도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감염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지금도 군중이 모이는 행사 등을 강력히 규제하지 않고 있어 확산 위험이 잠재해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일본은 대형 바이러스 사태 경험이 부족하고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고령자가 많은 만큼, 쉽게 대규모 감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감염 검사 조치 등으로 보고는 되지 않았지만 실제 확진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며, 본격적인 검사가 이뤄질 경우 확진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내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SNS를 통해 일본에서도 곧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치바현(千葉県)에 거주하는 한 중국인 유학생은 중국 대표 SNS 채널인 웨이신(微信∙위챗)에 식료품 사재기로 텅빈 현지 슈퍼의 진열대 사진을 첨부하며, 오사카 거주 유학생들에게 조속히 식료품과 물 등을 사두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
◆ '전기기계∙화공∙가전' 중심 삼국 무역 타격 불가피
한중일 삼국 무역 관계가 긴밀하고, 중국은 한일 양국의 주요 수출대국인 만큼, 바이러스 사태로 쌍방 무역 관계 또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서는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 구조면에서 한국과 중국은 전기기계와 화공 분야, 일본과 중국은 가전제품에 무역이 집중돼 있다.
전기기계, 화공기기, 광학의료 설비는 한국의 주요 대중국 수출 품목으로, 2018년 기준 수출액은 각각 880억4000만 달러, 223억3000만 달러, 136억2000만 달러를 기록, 전체 대중국 수출액의 76.5%를 차지했다.
현재 해당 분야 제품의 대중국 수출 규모는 다소 하락했지만, 대외투자 방식을 통해 양국의 산업체인 연결고리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상반기 한국의 주요 대중국 수출 품목인 전기기계, 화공제품, 플라스틱 및 고무 제품의 대중국 수출액은 각각 20.6%, 5.2%, 10.8% 줄었다면서, 중국 내 산업 구조 조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의 연구 능력이 강해졌다는 점을 그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아울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시행된 이래로 양국은 4차례에 걸쳐 관세를 삭감했고,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가 용이해진 만큼, 산업 제조 면에서도 더욱 긴밀해졌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주요 대중국 수출 품목은 가전제품으로 전체 대중국 수출액의 19.5%를 차지한다. 일본은 세계 1위 수준의 가전제품 가공 및 디자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비용 상승 등으로 중국에서 자동화 인공지능 설비, 로봇, 의료설비 등의 수요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최첨단 제조업은 중일 무역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 한일 산업 위기, 중국산 대체 기회 될 수도
보고서는 한일 바이러스 확산 사태로 중국 무역에도 타격을 입힐 수는 있지만 그 영향은 제한될 것이며, 오히려 기계, 화공, 신소재 등 관련 산업에 있어 중국 국산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국 제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도가 높은 의료미용, 식품 산업 분야 등에도 영향을 주면서, 중국 국내 관련 산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계 산업에 해당하는 OLED 모듈 설비는 한국이 시장점유율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중국에서 OLED 모듈 설비의 국내 생산 입찰 공고 비율이 20~30%로 늘어나는 등 중요 기술 설비의 국산화가 이뤄지면서, 2020년이면 해당 영역의 국산화 비율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의 바이러스 사태가 OLED 설비 산업체인에 영향을 미칠 경우 수출이 제한되면서, 국산 설비로 대체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공 산업에 해당하는 PX의 경우 중국의 대외 의존도가 큰 상황이며, 한국과 일본은 양대 PX제품 대중국 수출국이라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중국에서는 폴리에스테르 산업체인의 확장으로 인해, PX의 대외의존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 1~10월 중국의 PX 소비량은 2457만7000톤이며, 그 중 수입량은 1253만5000톤으로 대외의존도는 51%에 달했다. 아울러 한국, 일본, 인도, 대만은 주요 대중국 PX 수출국으로, 2019년 1~10월까지 PX 수출액은 각각 493만1000톤, 178만3000톤, 103만톤, 86만8000톤으로 집계됐다. 그 중 한국과 일본에서 수입하는 규모는 전체 PX 수입 규모의 40%와 14%를 차지했다.
현재 PX 가격은 낮은 상태이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한일 양국의 생산능력이 덜어지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PX의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제품의 수요와 연결되는 가격 탄력성이 커지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중국에서는 항력석화(恒力石化), 영성석화(榮盛石化) 등 국내 기업이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소재 분야의 경우 한일 양국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편인 만큼, 한일 양국에서 생산 중단이 확대될 경우 고객의 수요에 맞추지 못하게 될 것이고, 기업들은 다른 공급상을 찾아 나서면서 이에 따른 국내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밖에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다결정규소 산업의 경우 한국에서 수입하는 양은 10% 정도인 만큼, 바이러스 사태로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산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pxx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