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반환점을 넘은 가운데 중앙당의 전략공천 또는 컷오프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오랜 기간 지역을 누비며 표밭을 달궈온 지역위원장들이 중앙당의 낙하산에 항의하는 모양새다. 경선 결과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다만, 코로나19로 유권자들의 신경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이라, 예년과 같이 당사나 국회를 찾아 난동을 부리기보다는 성명서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등 수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 2일 기준으로 총 20곳에 대해 전략공천을 확정지었다. 서울에서는 종로·동작을·광진을·구로을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후보가 결정됐고 송파갑과 용산 금천 등에서 전략공천 얘기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 외 수도권에서는 의정부갑, 고양을 등에 전략공천이 단행됐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미래통합당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발언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0.02.20 kilroy023@newspim.com |
◆ 윤건영·고민정 전략공천 발표되자 반발…동작을·금천도 살얼음
서울 구로을의 경우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전략공천됐다. 오래 전부터 이 지역을 다졌던 조규영 전 서울시의회 부의장이 "낙하산 인사 공천"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조 전 의장은 노숙 단식 농성을 하는 등 당에 구로을 지역구 경선을 요구해왔다.
조 전 의장은 "이해찬 대표는 1년 전부터 시스템 공천의 원칙에 따르겠다고 누누이 밝혀왔다"며 "지난 1년간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30% 여성 공천, 여성후보 경선시 25% 가산점 부여 등의 공천 룰을 믿고 구로에서 총선 준비에 최선을 다해 왔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소속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5선에 도전하는 동작을도 잡음을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은 13번째 영입 인사인 이수진 전 부장판사를 배치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아직 최종결정을 내지 못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강희용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또 낙하산 공천이라면 나경원 의원만 도와주는 꼴"이라며 당의 재고를 요구한 상태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전략공천된 광진을의 경우 이 지역 출마 의사를 밝힌 김상진 후보가 반발하고 나섰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당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 후보는 고 대변인의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역 이훈 의원의 불출마로 공석이 된 서울 금천의 경우 김남국 변호사 공천이 검토되면서 논란이 됐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오영환 전 소방관이 지난 1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발표에서 소감 발표를 하고 있다. kilroy023@newspim.com |
◆ 오영환·한준호 공천에 지역 시끌…충주·중부3군도 불복
경기도도 일부 지역에서 공천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한준호 전 MBC 아나운서가 전략공천된 경기 고양을의 경우 컷오프된 정재호 의원이 재심을 요청했다.
의정부갑은 지역 반발이 가장 강한 곳 중 하나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이 곳에 민주당이 청년 소방관 출신 오영환씨를 전략공천하자 당직자 400여명이 "의정부 시민의 선택을 봉쇄한 잘못된 결정"이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임오경 전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팀 감독이 전략공천 된 경기 광명갑에서도 재심 요구가 제기될 예정이다.
인천 부평갑의 경우 당초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이 단수 공천 됐으나 4.15 총선 인천선대위원장을 맡은 송영길·홍영표 의원이 재심을 요구하면서 경선 지역으로 번복됐다.
충북 충주의 경우 김경욱 예비후보가 단수 공천되자 맹정섭 전 민주당 충주지역위원장은 지역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고향 세탁문제가 공식 제기되면서 길이 차단된 김 예비후보는 뻔한 3등의 길을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맹 위원장은 "민심과 소신이 결합하고 있는 만큼 곧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출마 강행 의사를 피력했다.
충북 중부3군의 경우 경찰청 차장 출신의 임호선 예비후보가 전략공천 됐는데 이 지역 예비후보들은 일제히 "검·경 구도의 선거는 필패만을 부를 것"이라며 경선을 요구했다.
부산 북구강서을은 영입인재 최지은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가 전략 배치됐는데 민주당 소속 부산 북·강서을 지방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주민 정서에 전혀 맞지 않는 결정"이라고 중앙당에 재고를 요구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충북 진천·증평·음성 등 중부 3군에서 당의 공천 결과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충북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당의 전략공천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충북=뉴스핌] 김현우 기자 = 2020.03.01 withu@newspim.com |
◆ 오제세 ·유승희 재심 요청…후유증 계속될 듯
경선 결과와 컷오프에 대한 이의신청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성북갑에서 김영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경선에서 패배한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경선투표 결과에 대해 많은 의혹을 갖고 있다"며 재심을 요구했다.
4선 중진 오제세 의원 역시 공관위 결정에 불복, 재심을 신청했다. 오 의원의 경우 재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출마 강행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전 대덕구와 천안병은 전략공천 지역이었으나 지역 후보들의 반발로 경선으로 전환됐다.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