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허고운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비난하는 첫 담화문을 내놓은 것과 관련, '북한의 비공식적 2인자'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간 김 부부장이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백두혈통'인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면서 남북,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며 '빅이벤트'에 꾸준히 등장해왔기 때문이다.
일련의 와중에 북한에서 당과 내각의 공식 2인자인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내놓을만한 담화문을 내놓은 것은 '2인자 행보'에 방점을 찍었다는 관측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사진=뉴스핌 DB] |
◆ 임재천 "김여정 담화, 北 2인자라는 방증"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정일 시대 때는 김경희가 실세였지만 2인자를 두지는 않았다"며 "그런데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를 보면 실세이면서 2인자라는 걸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이번 내용의 담화는 김 위원장이 안하면 최룡해가 할 만한 수준이자 내용"이라며 "김 부부장이 했다는 것은 그가 북한 내부에서 2인자의 역할을 하고 있고 김 위원장이 또 그렇게 하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김 부부장은 이미 지난 2017년부터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한 역할을 해왔고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표면에 등장했다"며 "남북정상회담, 6·30 남·북·미 판문점 회동, 예술단 공연, 친서전달 등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등장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홍 실장은 "북한 통치자의 최측근으로서 직함과 관계없이 모든 걸 관장하는데 그중에서도 대남관련 모든 그림은 김 부부장이 설계하고 코디네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열패밀리인 김 부부장은 리만건 조직지도부장이 해임된 상태에서 (조직지도부장을) 대처하는 사실상 실질적 권한을 가진 인물"이라며 "상징적인 존재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고 권세와 로열패밀리 위상 등 모든 면에서 최상의 인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까지 북한 매체를 통해 확인되는 김 부부장의 공식 직함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다. 단 최근 부정부패를 이유로 북한은 리만건 조직지도부장을 '공개 해임'하면서 조직지도부를 김 부부장이 지도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조직지도부는 당·정·군 수뇌 인사정책을 총괄하는 최고권력기관이다. 노동당 전문부서 중 최상위 권력을 자랑한다는 평가다. 김일성 주석 체제 때는 그의 친동생인 김영주와 아들 김정일이 조직지도부장을 지냈다. 김정일 시대 때는 부장 자리를 공석으로 유지하며 자신이 부장직을 겸임할 정도로 모든 권력이 집중돼 있는 곳이다.
지난 2018년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삼지연초대소를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산책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스핌 DB] |
◆ 홍민 "김여정 담화, 남북관계 완전히 단절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
아울러 북한이 김 부부장을 내세워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남북관계를 단절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민 실장은 "남북관계 '레드라인'을 넘지는 안았지만 문턱까지 수위를 높이는 담화문"이라며 이같이 말하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도 남북정상회담을 한 이후에는 정상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이번에는 문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거나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청와대, 정부 전체에 대한 불신을 표명한 것"이라며 "향후 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는 수위까지 높인다면 남북관계는 사실상 단절로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 자체라고 보는 게 맞다"며 "김 위원장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누적된 불만을 김 부부장의 입을 통해 여실히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부부장은 전날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통해 청와대가 지난 2일 북한의 인민군전선포병의 화력전투훈련에 유감을 표명한 것을 겨냥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김 부부장은 '비논리적', '저능한 사고', '겁을 먹은 개' 등의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청와대의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에 '강한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라며 "이 말에 기분이 몹시 상하겠지만 우리 보기에는 사실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고 조롱했다.
그는 또한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럽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어떻게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다 그렇게도 구체적이고 완벽하게 바보스러울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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