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오픈마켓에서 '가짜 마스크'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구매대금을 환불 받을 수 있을까.
마스크 공적 판매처인 공영홈쇼핑에서 판매돼 논란이 된 '한지 리필 마스크'가 롯데닷컴·쿠팡·11번가 등 유명 주요 오픈마켓에서도 대거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픈마켓이 '가짜 마스크' 유통 통로로 활용된 셈이다. 주요 온라인 쇼핑업체들이 포함된 만큼 수백만개에 달하는 '한지 리필 마스크'가 팔려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소비자의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사안은 허위 광고가 명확한 만큼 환불이 가능하다는 게 업체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문제를 제기한 고객에 한해 환불을 해 준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가짜 인증으로 문제가 된 '한지 리필 마스크' 모습. 2020.03.04 nrd8120@newspim.com |
5일 업계에 따르면 항균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 광고해 논란이 된 '한지 리필 마스크'가 쿠팡·G마켓·옥션·롯데닷컴·11번가·인터파크·위메프·텐바이텐 등 8개 온라인몰에서 지난달 한 달간 판매됐다.
이 외에도 우체국과 NS홈쇼핑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에서도 해당 상품이 팔려나갔다. 공영홈쇼핑까지 더하면 총 11개 업체에서 문제의 상품이 판매된 것이다.
해당 상품은 일반 면 마스크 안쪽에 붙여쓰는 리필용 한지 부착 마스크다. 하루에 하나씩 리필용 한지를 교체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하늘에 별따기 만큼 구하기 어려운 보건용 마스크 대체재로 인식됐다.
문제가 된 부분은 폐렴균이나 녹농균 등을 99.9% 항균해주고 한국원적외선협회(KIFA) 인증을 받았다고 홍보한 점이다.
◆판매 규모는 수백만장 달할 듯
소비자들이 이러한 허위 광고를 믿고 산 미인증 한지 리필 마스크 수는 수백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적발된 사례에 따르면 부산 경찰청은 온라인을 통해 미인증 한지 리필 마스크 120만장을 유통한 업자를 검거해 조사 중에 있다.
온라인몰에서 같은 상품을 판매한 업체는 더 있다는 것이 온라인몰 측의 설명이다. 한 온라인몰 관계자는 "가짜 인증을 내세워 한지 필터 마스크를 판매한 업체는 여럿"이라며 "정확하게 판매된 한지 리필 마스크 갯수를 추산할 수는 없지만, 수백만장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홈쇼핑에서도 3만여명에게 팔려 나갔다. 공영홈쇼핑과 NS홈쇼핑에서 운영하는 온라인몰에서도 2만9000여명, 2000명을 상대로 같은 상품이 판매된 만큼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
일단 11개 업체 모두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공영홈쇼핑이 먼저 상품 판매 중단에 나섰고, 나머지 10개 업체도 허위 광고라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자 관련 상품을 판매를 중지하고 검색어도 차단했다. 각 업체의 홈페이지에서는 관련 상품을 검색해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허위 광고가 밝혀진 만큼 업체 측이 책임지고 환불해 줘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한 소비자는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니까 믿고 샀는데 가짜였다니 화가 난다"며 "유통업체가 나서서 전액 환불조치 해야 한다. 아직 환불 조치 해주겠다는 전화도 공지도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오픈마켓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몰이기 때문에 환불 등 책임 소재는 불분명하다.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 주는 중간 플랫폼에 불과하기에 환불해 주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현형법상 위법을 저지른 판매업자가 물건을 산 고객에게 직접 환불해 줘야 한다. 하지만 판매업자가 환불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이 구매대금을 돌려받을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럴 경우 소비자들은 정부 기관에 기대게 된다. 실제 현재 이날 오후 4시30분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보건용 마스크·손소독제와 관련한 소비자 신고 글이 1만1391건이나 게재됐다. 이날 오전 11시만 해도 1만1000여건이었으나 반나절 만에 200건이나 더 늘었다.
해당 게시판에 이날 한 소비자는 "KF인증이 안 된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신고하기도 했다. 해당 게시판은 본인이 아니면 글을 볼 수 없게 돼 있어 자세한 내용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온라인몰 대부분, 환불 처리...일부는 구매 취소한 고객에 한정 논란
다만 사실상 환불 책임이 없는 온라인몰 측은 한지 리필 마스크의 경우 위법성이 확인된 사례인 만큼 선제적으로 환불 조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온라인몰 대부분은 일단 각사가 고객에게 먼저 환불 처리한 뒤 판매업체에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닷컴에서 지난 2일 기준 현재 해당 상품은 90개가 판매됐다. 롯데닷컴 측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구매를 모두 취소했고 환불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도 해당 상품을 구매한 모든 고객에게 구매대금을 돌려준다는 계획이다. 위메프도 지난 2일 주문 단계가 '배송 전'일 경우 구매를 취소하고 배송된 건에 대해서는 환불 절차를 진행한다.
쿠팡은 현재 환불 등 조치에 대해 논의 중에 있다. 위법 및 불법사항이 명확하게 밝혀진다면 전액 환불조치한다는 방침이다. NS홈쇼핑은 이미 이날 오전까지 구매 고객에 한해 환불처리를 완료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온라인몰들이 환불에 대한 의무는 없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선제적으로 환불 조치를 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업체들이 먼저 환불 처리한 뒤 판매업체에 구상금을 청구하는 식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판매업체가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면 아예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인터파크의 경우에는 상품 구매를 취소한 고객에 한해 환불 조치키로 했다. 구매자가 구매 취소를 하지 않으면 환불 진행이 안 된다는 설명이어서 다소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관계자는 "위법이 확인된 사안인데 구매자가 취소해야 환불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어리둥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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