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색했지만 월가의 큰손들은 쓴소리를 냈다.
공중 보건 위기에서 비롯된 경기 한파에 잘못된 처방을 동원했다는 얘기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결정이 오히려 시장 불안감을 자극한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울러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부추겨 채권시장을 교란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번지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통하는 스티븐 로치 예일대학교 교수는 4일(현지시각) CNBC와 인터뷰에서 전날 연준의 50bp(1bp=0.01%포인트) 금리인하에 대해 '쓸 데 없는 짓'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연준 정책자들은 바이러스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정확히 가늠할 수도 없다"며 "금리인하는 신용 경색과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에나 어울리는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연준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실물경기 악화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셈이며, 전날 뉴욕증시의 급락은 통화완화가 해답이 아니라는 시장의 판단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CNBC의 매드 머니 진행자인 짐 크래머는 "연준의 '서프라이즈'가 앞으로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향방에 대한 불안감을 오히려 증폭시켰다"며 "주가 급락 속에 낙관론을 유지하려는 투자자들조차 약세론에 무게를 두게 했다"고 비판했다.
런던 소재 앱솔루트 스트래티지 리서치의 도미닉 화이트 이코노미스트는 트윗을 통해 "신용 경색 조짐이 엿보이지 않는 상황에 연준의 금리인하는 부적절한 대응"이라며 "통화정책 수단을 통해 이번 경기 불확실성을 진화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번 금리인하로 인해 연준이 실탄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 하강 기류가 더욱 악화될 때 1.00~1.25%까지 떨어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도 이렇다 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연준의 '서프라이즈'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잘못된 기대를 부추기는 한편 채권시장 전반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1% 선을 뚫고 내린 뒤 반등했고,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 벤치마크 금리 역시 일제히 역대 최저치로 밀렸다.
AGF 인베스트먼트의 그렉 발리에르 전략가는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10여년만의 전격 금리인하 이후 미국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고 전했다.
JP모간의 데이비드 켈리 글로벌 전략가는 CNN과 인터뷰에서 "연준이 앞으로 수 개월 사이 금리를 0%까지 떨어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투자 매체 배런스는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국채 수요가 몰리면서 이른바 '서브 제로'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 우려에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국채 수익률이 가라앉은 상황에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채권시장이 크게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편 연준이 정기 통화정책 회의에 앞서 금리를 내린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7~18일로 예정됐다.
통화완화 효과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회의론에도 금리인하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이날 캐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75%에서 1.25%로 50bp 내렸고, 추가 인하 가능성을 밝혔다.
앞서 인도네시아와 호주,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췄고, 12일 통화정책 회의를 갖는 유럽중앙은행(ECB)도 같은 행보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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