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강혁 기자 = "대기업들이 앞장서 주시니 든든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재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제계 주요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계가 나서줘서 든든하다는 의미와 함께 정부와 재계가 호흡을 맞춰 경제활성화를 이뤄내자는 독려의 메시지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CJ 등 6개 그룹사 총수 및 경영진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후원군 자처하고 참전 의지를 다졌다. 벼랑끝에 선 경제와 피해 극복을 위해 저마다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3주. 올해 사업계획마저 궤도수정이 불가피할만큼 경영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6개 그룹사. 그럼에도 대통령이 든든하다던 이들은 그동안 코로나 극복을 위해 얼마나 힘을 보태왔을까.
◆삼성, 피해 극복에 2.7조 쏟아부어…물적·인적 지원도
6일 삼성, 현대차 등 6개 그룹사가 그동안 내놓은 코로나 지원 내용을 모아보니 무려 4조원 가까운 자금이 피해를 입은 협력사 지원이나 대구·경북지역 피해현장에 쓰여지고 있다.
악전고투의 경영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상생형 자금지원이나 피해현장에 대한 직접 지원 등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자금이 '핀셋지원'된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삼성은 '통 큰' 지원으로 재계의 코로나 극복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삼성은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들이 안정적 경영을 위해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운영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협력사 물품대금도 1조6000억원을 조기에 지급했다. 이로서 총 2조6000억원에 달하는 협력사 긴급 자금이 지원된 것이다.
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난 지난달 13일에는 국내 경기활성화를 위해 300억원을 쾌척했다. 이 자금은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협력사에 지원하고 화훼농가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꽃 소비 늘리기'에 지원됐다.
삼성은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달 26일에는 구호성금과 구호물품 등을 지원하는데 300억원을 지원했다. 손소독제와 소독티슈 등 의료용품과 자가 격리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생필품 키트 지원 등에 쓰여졌다.
물적·인적 지원책도 발빠르게 내놨다. 이달 2일에는 병상 부족으로 병원이 아닌 자가에 격리되어 있는 코로나 경증환자들을 위해 삼성인력개발원 영덕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등 3개 병원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을 영덕연수원 생활치료센터에 급파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1조원, SK그룹 1200억원, LG 700억원 규모 지원
현대차그룹은 협력사 지원에 가장 발빠르게 움직였다. 부품 공급 차질로 공장가동이 어려워지면서 협력사 전체가 가동을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탓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6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에 납품하는 350여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1조원의 긴급 자금지원을 결정했다. 경영 자금 무이자 지원 3080억원, 납품대금 5870억원, 부품 양산 투자비 1050억원 조기 결제 등이 자금지원의 내용이다.
이어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피해복구를 위해 50억원의 성금을 쾌척했고 대구·경북 지역 중소협력사 지원을 위해 총 11만개 마스크와 손세정제, 소독액 등을 지원했다. 또한 울산공장 사회공헌기금을 활용해 지역 아동센터, 노인복지 시설 등에 4만개의 마스크를 지원하기도 했다.
지원된 물품을 소비자가격으로 단순히 계산해도 10억원이 넘는 규모의 지원이 이루어진 셈이다.
SK그룹도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각 계열사별 피해지원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50억원의 피해지원 성금을 내놓은데 이어 의료지원 봉사자와 방역인력을 위한 방호복 등 의료물품도 지원했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SK실트론은 대구∙경북 지역을 위해 마스크 10만 장과 손세정제 2만5000개 등 4억원 상당의 현물을 지원했다.
또한 SK텔레콤은 전국 유통망의 유동성 지원에 750억원이 투입되는 등 협력사와 매장의 피해지원에 1130억원 규모의 상생자금을 마련해 투입했다. 각 매장 운영비로 50억원도 추가 지원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
LG그룹은 코로나 극복에 700억원 상당의 자금을 투입하며 지원활동에 나서고 있다. 협력사 지원과 피해지원을 위해 투입한 운영자금과 성금, 물품, 기숙사·연수원 제공 등이 합쳐진 금액이다.
단적으로 LG전자는 협력사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무이자 대출 규모를 550억원으로 확대했고 그룹 차원에서는 피해지원에 5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아울러 각 계열사들이 나서 10억원 상당의 방역물품을 지원한데 이어 대구·경북 의료진에게 의료용 방호복 1만벌, 방호용 고글 2000개, 의료용 마스크 10만개, 세면도구·소독제 등 생활용품, 업무용 휴대폰 100대 등을 보냈다. 의료용 방호복 등의 지원은 소비자가격으로 추산하면 약 10억원 규모다.
특히 방호복과 고글, 마스크 등 의료보호장구는 국내에서 구입할 수 없어 LG상사, LG전자 등 계열사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해 대부분 해외에서 긴급히 가져온 것들이다. LG그룹은 코로나 피해가 잦아들때까지 지주회사인 ㈜LG와 계열사 CSR팀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하고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다.
◆악전고투중인데...롯데 2700억원 지원·CJ 물품지원 '십시일반'
내수경기 악화와 매장 임시휴업 사태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과 CJ그룹도 코로나 피해지원은 멈추지 않고 있다.
롯데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10억원을 내놨고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을 우선으로 지원계획을 수립해가고 있다. 이미 아동복지시설 휴관으로 가정에 고립된 아동들에게 식사와 위생용품을 지원했고 단체 급식소 폐쇄 등으로 결식 위기에 처한 취약계층 노인들에게도 식사와 위생용품을 지원 중이다.
이와함께 그룹 차원에서 마련돼 있는 9550억원의 동반성장기금 중 현재 잔여분인 2600억원을 코로나 사태로 힘들어하는 협력사 대출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CJ그룹도 재해구호성금 10억원을 기부한데 이어 끼니 해결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3억원 상당의 CJ기프트카드를 지원했다. CJ기프트카드로는 CJ더마켓이나 뚜레쥬르 등에서 즉석식품과 간식, 빵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아울러 대구·경북지역에 CJ제일제당이 햇반컵반 등 가정간편식 1만5000개를 전달했고 CJ올리브영이 마스크와 항균물티슈 1만개를 지원했다. CJ대한통운은 3월 한 달간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에게 개인택배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한편 재계 여러 기업과 기업인들도 코로나 피해 극복을 위해 지원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기업의 피해도 막대하지만 십시일반 힘을 모아 성금기탁과 취약계층 지원, 의료용품 지원, 종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교육물품 지원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과 기업인의 지원 행렬이 이어지고 있어 정확한 집계는 어려우나 5일기준 성금·기부금 규모는 800억원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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