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문재인 키즈' 오기형 변호사가 돌아왔다. 서울 도봉구을(乙)에 '자객공천' 됐다가 낙선한 지 4년 만이다. 오 후보는 오는 4·15 총선에서 현역 김선동 미래통합당 의원을 상대로 설욕전을 펼친다.
오 후보는 2016년 문재인 당대표 시절 더불어민주당 총선인재 '5호'로 영입됐다. 그야말로 화려한 데뷔였다. '더벤져스' '문제인 키즈'로 불리던 오 후보는 3선의 유인태 전 의원 후임으로 낙점됐고, 20대 총선에서 전통적으로 민주당세가 강한 도봉구을에 전략공천됐다. 당시 오 후보의 낙선을 점친 이는 드물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수십 년간 도봉에서 정치경륜을 다진 김선동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벽은 견고했다. '안풍(安風)'이 불며 민주당 표심은 흩어졌고, 총선을 불과 5주 남겨놓고 부랴부랴 준비한 신인은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다.
오 후보는 오는 4월 도봉을 선거에 다시 도전한다. 4년 전 낙선의 쓴맛을 본 후 제대로 칼을 갈았다고 한다. 그는 4일 뉴스핌과 만나 "그 때의 오기형과 지금의 오기형은 다르다"고 했다. 도봉을 지역위원장을 지내며 민주당 한반도 경제통일위원회 위원·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했고, 홍영표 전 원내대표 비서실장을 맡아 '패스트트랙 정국' 한복판에서 정무적 감각을 익혀나갔다. 지난해 일본의 대(對)한 수출규제 파동 당시엔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아 4선 중진 최재성 의원과 함께 정부·여당 대응전략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20대 총선의 오기형은 정치 훈련이 덜 된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정치훈련을 해왔다"며 "경험이 부족했던 과거와 다르다. 이제 바로 뛸 준비가 돼있다고 감히 주민들에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지역위원장을 지내며 도봉지역의 민생 핵심과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특히 최대 현안인 교통문제는 현실적 방향성을 제시해 해결해낼 자신이 있다"며 "도봉 지역 문제를 책임지고 풀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오기형 전 더불어민주당 도봉을 지역위원장. 2020.03.04 mironj19@newspim.com |
다음은 오기형 서울 도봉을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과의 일문일답.
-20대 총선 이후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당시 전략공천을 받고 선거운동을 5주밖에 하지 못했다. 지역주민, 당원들과 밀착하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 4년 간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당원 배가운동을 통해 지역 당원수를 늘리는 작업을 했고, 주민들과 열심히 소통했다. 이번 경선도 당원들과 함께 돌파했는데 이제 어느정도 신뢰연대가 상당히 쌓인 것 같다.
-4년 전 오기형과 지금의 오기형은 어떻게 다른가.
▲2016년 총선 직전까지 저는 그저 '전문가 오기형'이었다. 전문인력으로서 정권교체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선 남북관계·국제통상분야의 전문가였을 뿐이다. 정치 훈련이 덜 된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정치훈련을 해왔다. 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에 참여해 선거 경험을 쌓았고, 지방선거 직후에는 원내대표 비서실장직을 맡아 패스트트랙 협상 등 정무적 이슈를 직접 다뤄봤다. 이런 경험 속에서 정무적 감각·정책 역량을 쌓았고,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간사를 맡아 당정 협의를 통해 급박한 상황을 뚫어보는 경험도 했다. 당이 풀어야 할 중요한 사회적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쟁점 한복판에는 제가 서있었다. 지역위원장으로서 지난 4년간 지역사회 현안도 가까이에서 지켜봐왔다.
이제 정치적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 바로 뛸 준비가 돼있다고 감히 주민들에게 말씀드릴 수 있다
-올해 선거 전망은 어떻게 보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전망을 내놓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2016년 총선 당시 '안철수 바람'이 불어 흩어졌던 민심이 그간 상당히 모아졌다. 분열을 많이 극복했고, 민주당 지지층도 확장됐다.
구도적 측면에서도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당시 선거는 민주당·새누리당·국민의당 3파전이었다. 국민의당을 향한, 다소 결이 다른 민심은 지금 모두 사라졌고, 진보계열 단일후보로 이번 선거에 임하게 됐다. 선거에 겸손하게 임한다면 이번에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민심 변화가 잦아 승부 예측이 어려운 지역이다. 현장에서 만난 민심은 어떤가.
▲'이번엔 바꿔보자'는 주민들의 열망이 있다. 도봉을은 17대 유인태(열린우리당)·18대 김선동(한나라당)·19대 유인태(민주통합당)·20대 김선동(새누리당) 의원으로 선거 때마다 의원을 교체해왔다. 이번 21대 총선에선 확실히 민주당 중심으로 가야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중앙정치문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현역 김선동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친박 중의 친박'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선 탄핵에 반대했던 인물이고 여기에 대한 사과나 반성도 일절 없다. 이점에 대해서도 우리 주민들이 분명하게 심판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도봉 주민들이 오기형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일단 민주당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정권은 교체됐지만 그간 어려움이 많았다. 여소여대·5당5색 국면에서 소수파 정권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 다들 '여당이 뭐하고 있냐'고 지적하는데, 관료와 야당 언론에 발목잡혀 쉽지 않은 20대 국회였다.
이번에는 최소한 국회 과반을 차지하는 개혁연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꼭 승리해야 할 선거구 3개가 있다. 도봉을과 강북갑, 관악갑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들로, 이런 지역에서 반드시 민주당이 승리해야 과반 개혁연대라는 목표치에 가까이 갈 수 있다. 개혁블록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이를 이해하고 도와줘야 한다.
도봉 지역을 놓고 보면, 무엇보다 민생 핵심과제를 제가 많이 고민하고 준비해왔다고 자신한다. 특히 지역 최대 현안인 교통문제는 현실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풀어갈 자신이 있다. 경험이 부족했던 과거와 다르다.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 대한민국은 고립된 섬이나 다름없다. 분단된 남북관계를 돌파하고, 새로운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면서 새로운 한반도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 사회의 숙명적 과제다.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 풀려면 제가 선거에 꼭 당선돼야 한다. 아직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상태다.
-지역 현안은 무엇이며,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도봉을은 사방이 꽉 막혀있는 외진 곳으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GTX-KTX 연결 △경전철 확장 등 크게 3가지 교통 현안이 있다. 3가지 사업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특히 GTX 유치를 가속화하려면 국가 예산 확보가 중요한데 이것은 국회에서 풀릴 수 있는 문제다. 방학역~마들역 간 동북선 경전철 연결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서울시의 '관문도시' 계획 속 도봉구가 물류와 교통 중심지로 역할을 하는 미래도 그리고 있다. 장기적으로 남북관계가 뚫려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고속철도가 놓이면 도봉구가 그 출발지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른 경제적 가치도 클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아레나' 신경제중심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봉구와 노원구 사이에 아레나를 중심으로 한 신경제지역을 만드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 10년 임기 중 유일하게 진행되는 부심개발 프로젝트다. 이명박 전 시장의 '청계천', 오세훈 전 시장의 '상암 DMZ' 사업 쯤으로 보면 된다. 도봉구청장, 노원구청장과 서울시장이 모두 민주당이기에 잘 풀어낼 수 있었던 사업이다. 이제 민주당 국회의원이 선출되면 보다 구체적인 사업들을 같이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1대 국회에 입성해 가장 먼저 풀고 싶은 과제는 무엇인가.
▲남과 북이 경제적 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보려 한다.
국가 정치체제가 달라도 경제적으로 교류하는 사례가 있다. 중국과 홍콩도 '국내 자유무역협정(FTA)' 개념의 경제협력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하지 않았나. 남북이 지금 당장 통일할 수 없다면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경제적 공동체를 추구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흡수통합 대신, 경제적 교류·협력을 일상화하는 한반도 경제통일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제도적 틀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외교권 숙제이며, 재집권이 가능하다면 차기 정권의 과제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한중 관계를 강화하는 문제가 있는데, 한중 경제교류 혹은 사회적 협력 틀을 제대로 구축하고 싶다. 현재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이 진행중인데, 더욱 과감하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미래가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소극적으로 진행해선 안 된다. 중국에 대해 과감히 열어주고, 그 안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산업정책 대안도 적극 고민하고 풀어나가려 한다. 실사구시형 정치가 이뤄지려면 경제구조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미래산업을 준비하는 정책 준비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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