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태훈 김승현 기자 = 미래통합당 대구·경북(TK) 의원들의 '컷오프'(공천배제) 반발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TK지역 현역 의원들에게 대규모 '물갈이'를 진행하며 불만이 거세진 탓이다.
이들은 공천관리위원회에 강한 어조의 비판을 쏟아내며, 재심 청구를 비롯해 무소속 출마나 김문수·조원진 대표가 이끄는 자유공화당행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6일 TK 지역 23곳에 대한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 TK 현역 의원 6명을 컷오프(공천 배제)함에 따라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 5명을 포함해 이 지역 통합당 의원 20명 중 11명이 공천에서 교체됐다.
앞서 TK 지역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정종섭(대구 동구갑)·장석춘(경북 구미시을)·최교일(경북 ·영주·문경·예천군)·김광림(경북 안동시)·유승민(대구 동구을) 등 5명의 의원을 제외하고, 현역 의원으로는 김재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도)·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백승주(경북 구미갑)·김석기(경북 경주)·곽대훈(대구 달서갑)·정태옥(대구 북갑) 등 6명의 의원이 컷오프를 당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TK공천 후보자 화상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연기됐던 TK 면접을 화상 면접으로 대체했다. 2020.03.02 leehs@newspim.com |
◆ TK 현역 의원 "경선 기회도 못 받는 것은 억울하다…결과 받아들일 수 없어"
TK 지역에서 컷오프된 한 현역 의원은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향후 거취에 대해 "지역 여론을 수렴해보니 너무 억울하지 않냐는 의견이 많았다"며 "동료와 동기들, 지역 시민들을 만나면서 의견을 들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너무 억울하다. 아스팔트 위에서 TK 지역 의원들이 그렇게 고생하고 투쟁했는데 경선 기회도 못받는 것은 너무 속상한 것 같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의 뜻을 살펴보고 제 자신의 희생을 봤을 때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결정을 하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TK 지역 의원들은 당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책임당원들도 많이 모집했고, 아스팔트 위에서 투쟁과 사투를 벌였다는 것이 지역의 민심"이라며 "당 지지도를 올렸으면 상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TK 의원들에게 '공천학살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생각한다는 당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컷오프' TK 현역 의원은 이미 통합당 공관위에 재심 청구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겠지만,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소속 출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합당 공관위에 대해 "공천 기준이나 원칙이 하나도 없는 개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성구 같은 경우에도 주호영 의원을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붙힌다고 한다"며 "그 지역에서 그동안 열심히 일했던 예비후보들을 내치고, 경선 기회도 안주고 이런 원칙이 어딨나"라고 꼬집었다.
또 "대구 달서구감에 단수 추천된 이두아 전 18대 의원은 김형오 통합당 공관위원장이 총애하고, 이석연 부위원장과 법무부에서의 인연이 있다고 한다"면서 "이게 밀실공천 아닌가. 언제 한 번이라도 공천 기준에 대해 얘기해준 적이 없다. 이런 것을 어떻게 공당에서 자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래통합당 총선 공천 신청자 면접이 열리고 있다. 2020.02.20 leehs@newspim.com |
◆ 통합당 내부 분열, 무소속 출마·자유공화당 입당 고려
그는 이어 "김형오 위원장은 20대 총선 당시 이한구 공관위원장보다 더 개판이다"면서 "통합당이 미래를 향하고 보수통합을 한다는 기치를 걸면서 국민들의 여론이 좋아지고 있었는데 김형오 위원장이 당을 망쳐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관위가 당에 무슨 헌신을 했나"면서 "우리는 아스팔트 위에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겠다고 투쟁을 벌였는데, 아무것도 안한 공관위가 왜 이제와서 당을 망치는 것인가. 당원으로서도 용서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TK 지역은 코로나19 때문에 선거운동 등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 당원들은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면서 "사무실에서 지역 주민들과 전화통화도 하고 만남을 갖고 있는데 참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현역 의원 뿐 아니라 원외 인사의 반발도 크다. 특히 김문수, 조원진 대표와 접촉해 '박근혜 향수'가 강한 자유공화당 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
컷오프 된 한 원외 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공천은 황교안 대표를 황천으로 보내려는 '황천'이라며 경선도 없이 전략공천, 단수공천을 하겠다면 가산점은 뭐하러 만들었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 당에는 희망이 없어 자유공화당행을 생각하고 있다. 자유공화당 측을 만나고 주변 의견을 들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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