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뉴욕증시가 미국의 유럽인 입국 금지 조치 등 날로 악화하는 코로나19(COVID-19) 상황에 지난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12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 대비 2352.60포인트(9.99%) 폭락한 2만1200.62로 마감됐다. 지수는 하루 사이 22% 넘게 급락했던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일일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S&P500지수는 전날보다 260.74포인트(9.51%) 밀린 2480.64로 거래를 마쳐 다우지수를 따라 약세장에 발을 들였다. S&P500지수 역시 이날 하루 낙폭은 1987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나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750.25포인트(9.43%) 추락한 7201.80으로 거래를 마무리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3일 0시부터 영국을 제외한 모든 유럽발 여행객의 입국을 30일 동안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금융시장 패닉에 망연자실한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UBS 자산운용 부대표 케시 엔트위슬은 "코로나19는 무시무시하며 사람들은 어떤 상황을 기대해야 할지 전혀 모르고 있다"면서 "쓰나미가 오는 것 같다. 언제든 닥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장 직후 뉴욕 증시에서는 S&P500지수가 7% 속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 15분간 거래가 중지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주 들어서만 뉴욕 증시에서는 서킷브레이커가 두 차례 발동됐다. 거래가 다시 시작된 후에도 뉴욕 증시에서는 '팔자'가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여세 감면을 비롯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여행 관련 업종에 대한 지원을 담은 대응안을 준비 중이지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패키지 법안과 배치돼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이날 오후 연방준비제도가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을 추가 공급하고, 매입 대상 채권 범위도 확대하겠다고 해 시장이 잠시 안도하기도 했지만, 매도 흐름을 끊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간밤 유럽중앙은행(ECB)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은행들의 자본 요건을 완화하고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연말까지 확대하기로 했지만 주식 매수를 자극하지는 못했다.
캐피톨 증권운용 전략가 켄트 엥겔케는 "최대 이슈는 코로나19가 아니라 유동성 위기의 부상"이라면서 "상당히 불안스러우며, 시장 신뢰도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유럽발 여행객 입국 금지 조치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항공주였다.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은 각각 17%, 25% 폭락했다.
크루즈 관련주도 고꾸라졌다. 로얄 캐리비언과 카니발은 각각 32% 폭락했고, 노르웨지안 크루즈라인은 36% 추락했다.
이날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76위로 올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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