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전세계 주식시장 폭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13일 일본 닛케이지수도 6% 이상 폭락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이날 일본 당국이 자금 공급을 발표하는 등 시장 안정에 나섰지만 하락폭은 1000엔을 넘겼다.
마스크를 낀 일본 시민이 13일 폭락을 알리는 닛케이지수 현황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3일 도쿄증시에서 닛케이평균주가는 전일비 1128.59엔(6.08%) 하락한 1만7431.05엔에 마감했다. 닛케이 지수 1만7000선이 무너진건 2016년 11월 이후 약 3년 4개월만이다. 주간 기준으로 낙폭은 약 16%로 리먼쇼크 직후였던 2008년 10월 6~10일 이래 가장 컸다.
도쿄증권주가지수(TOPIX)는 이날 4.98% 내린 1261.70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JPX닛케이인덱스400도 3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전날 뉴욕시장에서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일비 2352.60포인트(9.99%) 폭락했던 여파가 일본 시장에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세계 각지에서 출입국 제한조치가 나오고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가 잇따라 중단되는 등 코로나19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중장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 투자가들이 경기 악화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보고 매도로 움직이면서 닛케이 지수가 크게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도쿄올림픽 연기론도 영향을 미쳤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이날 신문 취재에서 "시장이 도쿄올림픽 연기를 내다보고 확신범처럼 매도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3월 첫주 일본의 해외 투자자에 의한 주가지수 선물 순매도액은 9700억엔이었다. 2월 넷째주와 합하면 2조3000억엔으로, 미중 무역전쟁 긴장감이 높아졌던 2018년 10월 수준까지 올라갔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어쩌면 그들이 (올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내용이 이날 시장에 전해지면서 일시에 경계감이 올라가기도 했다.
이날 닛케이지수는 오전 중 한때 낙폭이 1800엔을 넘기기도 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는 거품 경제 말기인 1990년 4월 이후 약 30년만의 장중 최대 낙폭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너무 주가가 너무 급격하게 내려갔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이날 시장에선 코로나19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것으로 여겨지는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가 들어와, 낙폭이 한때 400엔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일본 당국도 시장 안정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이날 오전 11시 40분에 긴급회의를 열고 투자자들의 불안을 완화시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BOJ는 국채를 매입하는 형태로 시장에 5000억엔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에히로 도루(末広徹) 미즈호증권 시니어 매켓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조치에 "일단 시장에 어느 정도 안도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같은 개입에도 불구하고 이날 닛케이지수는 결국 1000엔 이상 하락한 채 마감했다. 후지토 노리히로(藤戸則弘) 미쓰비시UFJ모건 스탠리증권 치프 투자 스트래지스트는 "과잉 유동성에 의지하는 주가가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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