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현대백화점그룹과 CJ그룹이 올해 전 상장 계열사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반면, 롯데는 롯데하이마트를 제외한 나머지 9개 상장 계열사에 대해 이번 주총에도 전자투표를 진행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열리는 기업 주주총회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면서 '언택트'(untact·비대면) 바람이 불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해도 롯데하이마트를 뺀 9개 상장 계열사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는다.
이달 25일 열리는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오는 27일로 예정된 롯데지주·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 등의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은 반드시 주총장을 찾아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뚫고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주총장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 |
전자투표제는 주총이 열리기 전 열흘간 주주들이 온라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대표적인 주주 친화정책으로 꼽힌다. 소액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주총 현장에 출석할 필요 없이 본인 인증만 하면 모바일 또는 PC로 특정 안건에 찬성이나 반대 표를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주총 일정이 겹친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올해는 유통 대기업들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코로나 정국 속에서 감염 우려가 있는 만큼 전자투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주주총회부터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현대그린푸드·한섬·현대리바트·현대HCN·에버다임 등 상장한 계열사 7곳 모두 전자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CJ는 이번 주주총회부터 CJ ENM·CJ프레시웨이·스튜디오드래곤 등 3개 상장사에 전자투표를 도입하고 전체 상장 계열사로 전면 확대했다. 신세계는 이미 지난해 전 상장 계열사에 전자투표를 도입한 바 있다.
다만 유통 대기업 중 롯데만은 전자투표 도입에 소극적이다. 롯데 측은 전자투표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주총을 10여일 남겨둔 시점에서 올해 도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롯데지주 관계자도 "전자투표 도입을 검토 중에 있다"며 "하지만 올해 추가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주총장을 방문하는 주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선 소액주주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예상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이번 주총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과 신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올라와 있다. 실제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비롯해 롯데쇼핑·롯데건설·롯데칠성 등 4개 계열사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또한 신 회장은 롯데지주 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처리돼야 한다.
호텔롯데의 경우에는 신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이 상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만큼 반드시 안건이 통과돼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공개(IPO) 심사에서 경영진의 도덕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점이 고려되기 때문이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에서 '국정농단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서면투표와 전자투표를 하지 않은 기업 중 주주총회 집중일에 주총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며 "주주들은 여러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는데, 같은 날 주총을 진행하면 물리적으로 참석이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전자투표다. 이를 도입하지 않는 것은 기업의 의결권 제도가 미흡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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