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핌] 라안일 기자 = 대전시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었던 지역화폐를 두 달 앞당겨 내놓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대전에서 처음으로 지역화폐 '대덕e로움'을 도입해 운영 중인 대덕구와의 협의과정에 따라 조기발행에 차질을 겪을 수도 있다.
17일 대전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영위기에 몰려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당초 7월 2일 발행 예정인 지역화폐를 2개월 앞당겨 5월에 출시할 방침이다.
지역화폐는 지역자본의 유출을 막고 지역 내 소비를 촉진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 발행하고 지역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화폐를 말한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화폐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시는 올해 5월부터 2500억원 이상의 지역화폐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지역화폐 운영대행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개입찰을 진행 중이다. 시는 이달 말까지 접수 받아 내달 6일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13일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우선협상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2순위, 3순위 등의 순으로 협상을 벌여 사업자를 뽑을 예정이다.
대전시가 지역화폐 출시 속도전을 벌이면서 대덕구 지역화폐인 대덕e로움이 유지될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행전안전부는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출시하면 발행금액의 4%를 국비로 지원한다. 2024년까지 지역화폐 지원에 10조를 투입할 예정인데 광역단체와 소속 기초단체가 동시에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한 곳에만 국비를 지원한다.
현재는 대덕구가 직접 행안부로부터 국비를 받아 문제가 없지만 대전시 지역화폐가 출시될 경우 대전시가 대덕구 몫의 국비까지 함께 받는다.
대전시와 대덕구의 지역화폐 운영대행 사업자가 같다면 광역-기초간 중층구조가 돼 국비 전달에 문제가 없다. 동일한 시스템에서 대전시가 전체 발행금액 중 대덕구 발행규모에 해당하는 국비를 그대로 보내주면 된다.
운영사업자가 다를 경우 셈법은 복잡해진다. 특히 대덕e로움 유지 여부가 이에 따라 갈릴 수 있다. 대전시와 대덕구가 통합 지역화폐로 추진한다는 데 큰 틀에서 합의한 상태에서 이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전시와 대덕구의 지역화폐 운영사업자가 다를 경우 각 사의 교유기술 등을 공개해야 해 시스템을 연동하는 게 쉽지 않다. 시스템이 연동되지 않으면 국비가 중복 지원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어렵다.
[대전=뉴스핌] 라안일 기자 = 박정현 대덕구청장이 대전시청 브리핑룸에서 지역화폐 '대덕e로움' 출시 관련해 언론에 소개하고 있다. [사진=대덕구] 2020.03.17 rai@newspim.com |
이 경우 대전시가 지역화폐 통합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도 기존 대덕e로움 이용자들에게 국비가 반영된 인센티브를 지원할 수 없게 된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대덕구 입장에서는 국비 지원 없이 현재와 같은 6% 이상의 인센티브를 줄 수 없어 대덕e로움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덕구 입장에서는 1년간 공들여 키워온 대덕e로움이 후발 주자인 대전시 때문에 사라지는 꼴을 보게 되는 셈이다.
대덕구가 대전시 지역화폐 공개입찰에서 대덕e로움과 같은 시스템에 대해 높은 배점을 책정하기를 원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는 특혜의혹을 우려해 다른 조건과 엇비슷한 배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관계자는 "지역화폐를 통합하는 것에 대해서는 합의한 상태"라며 "다만 구에서 먼저 지역화폐를 운영했고 시가 이를 품고 가는 건데 왜 동일 시스템으로 가는 게 불공정한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시는 시스템을 연동하는 데 있어 꼭 같은 업체가 아니어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결국 시스템 연동 문제다. 국비 중복지원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연동이 돼야 한다"며 "입찰에 응한 업체들 이야기로는 가입자 정보를 받으면 연동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대덕e로움 가입자들이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동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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