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강혁 기자 = "상징적으로 법인세 인하를 검토했으면 좋겠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경제주체 원탁회의에서)
코로나19 펜데믹 영향으로 국가적 비상경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영계가 정부를 향해 '법인세 인하'를 요청했다.
그동안 법인세 인상 기조를 유지해 왔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당장 확답을 내놓기 어려운 부분이나, 문 대통령은 "보다 더 큰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서 결단을 해 나가도록 하겠다"는 말로 가능성의 여지는 남겨뒀다.
코로나 비상경제 시국에 던져진 경영계의 법인세 인하 요구. 이 문제는 경영난이 가중되는 기업의 경영현실과 국가적 경제살리기라는 당면과제 속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게 됐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 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2020.03.18 photo@newspim.com |
19일 재계에 따르면 손 회장 발언에 '상징적'이라는 단어를 붙은 것은 경영계 입장에서도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결정하기 그만큼 쉽지 않다고 보고 있어서다. 12조원 가까운 추가경정예산 집행에 나설 정도로 막대한 세원을 쓰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 기업에 대한 증세 기조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를 모를리 없는 경영계가 법인세 인하를 요청한데는 그만큼 법인세 문제가 기업의 경영난 극복과 경제살리기에 실질적·심리적 효과가 크다고 봐서다. 법인세 인하에 따른 감세효과는 결과적으로 재정지출을 푼 것과 다름없다.
사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법인세 인상 문제는 경영계의 최대 관심사였다. 정부가 법인세를 기존 22%에서 25%로 인상하면서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제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다. 글로벌 저성장 흐름 속에서 세계 각국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를 추진해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법인세율이 우리나라보다 높거나 비슷한 곳이 프랑스, 일본·, 독일 정도인데 프랑스마저 최근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법인세를 기존 33.3%에서 25%로 대폭 낮췄다.
경영계가 정부의 법인세 인상을 두고 글로벌 흐름에 역행한다고 우려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단순하게 세금을 덜 내서 이익을 내겠다는 것보다는 오히려 법인세 인상이 가져올 부작용을 걱정해서다.
실제 정부가 대기업 증세 등으로 각종 복지에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부양을 시도한 정책을 펴고 있으나 그 효과로 인해 경기가 살아났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쪽에 돈을 풀어도 한쪽에 돈을 더 걷어가면 경기활력은 선순환 구조로 가기 어렵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분석 결과 법인세율을 1%p 인상하면 경제성장률은 최대 1.13%p 하락한다. 법인세수가 극대화되는 최적 법인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해 23%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런 영향을 보여주는 외국사례도 여럿이다. 예컨대 그리스는 2013년부터 법인세율을 20%에서 26%로 인상했지만 기업들의 해외탈출로 2014년도 총세수가 2012년보다 4.2% 감소한 바 있다. 반면 그리스와 함께 2010년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아일랜드는 법인세율(12.5%)을 고수한 결과 외투유치 등에 힘입어 경제위기의 조기회복은 물론 세수도 14.9% 증가했다.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파격적인 경제정책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미국의 경우도 우리가 눈여겨 볼 부분이다. 2017년 1월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법인세율(35%→21%) 인하와 기업 해외유보금의 국내 환입을 유도하도록 관련 세율(35%→15.5%) 인하 등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감세조치를 통해 민간투자를 크게 높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인세율 인상으로 오히려 정부의 예상보다 세수는 덜 걷히고 양질의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부메랑효과가 나타났다"며 "경기활성화에 악영향을 주고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의 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면 결과적으로 복지의 측면에서도 적절치 않다"고 했다.
오늘 오전 청와대에서 열리는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법인세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지, 경영계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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