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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한강 토막살인' 장대호의 최후진술 "나는 세월호 때도 안 울었다"

기사등록 : 2020-03-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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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서울 구로구 모텔서 투숙객 살해해 한강에 유기
1심서 무기징역…검찰-장대호 모두 사형 선고해달라고 항소
장대호 "경찰이 초반에 잘못 수사…유족께는 죄송하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제가 슬픈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하지만 저는 세월호 사건 때도 슬프지 않았다. 이런 제가 비정상인지 눈물을 강요하는 사회가 비정상인지 모르겠다"

지난해 8월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에서 투숙객을 살해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장대호(39)는 항소심의 마지막 변론을 이렇게 끝맺었다. 그는 "사실 현장에 폐쇄회로(CC) TV가 한 대 더 있었는데, 경찰이 현장조사도 제대로 안 하고 제 입에만 의존해서 수사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3부(배준현 표현덕 김규동 부장판사)는 19일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장 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장 씨에게 1심 구형량과 같이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무례하다는 이유로 모텔 손님을 무참히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한 사건"이라며 "피고인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제출한 반성문은 감형을 받기 위한 것에 불과해보이고,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고양=뉴스핌] 윤창빈 기자 = 지난 12일 여러 차례에 걸쳐 훼손한 시신을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장대호가 21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경찰에서 보강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9.08.21 pangbin@newspim.com

장 씨는 지난 2차 공판 당시 검찰이 제출한 추가 증거가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그는 재판부가 "압수한 절단기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의뢰 보고서와 피고인의 노트"라고 설명하자 "그것뿐이냐"고 되물었다.

장 씨는 최후진술을 경찰수사에 대한 지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지금 이곳에서 처음 밝히는 것인데, 사실 현장에 폐쇄회로(CC) TV가 한 대 더 있었다"며 "경찰이 초반에 제대로 확보해서 수사했다면 보다 정확한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쓰이지 않았을까 한다. 그런데도 현장조사도 제대로 안 하고 제 입에만 의존해 수사해서 부실수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유족도 그 부분에 대해 아쉽다고 말하고 저도 그렇다"며 "제 형이 확정되고 나서도 그 부분을 조사해 유족분들 의문을 남지 않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족께 죄송하다"고 처음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장 씨는 "이렇게 슬픈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저를 비난하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원래 슬픈 감정을 잘 못 느끼고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며 "세월호 사건 때도 슬프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런 저를 비정상이라고 몰아가는데, 제가 비정상인지 눈물을 강요하는 사회가 비정상인지 모르겠다. 유족분들에게 (돈으로) 구체적인 보상을 하는 것이 반성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형이 확정된 뒤 최선을 다해 배상하도록 하겠다"고 덤덤하게 최후진술을 마쳤다.

재판을 지켜보던 피해자 유족들은 "뻔뻔하다", "인간도 아니다" 라며 소리쳤다.

[고양=뉴스핌] 윤창빈 기자 = 지난 12일 여러 차례에 걸쳐 훼손한 시신을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장대호가 21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경찰에서 보강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9.08.21 pangbin@newspim.com

앞서 장 씨는 지난해 8월 8일 자신이 일하던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에서 투숙객 A(32) 씨와 말다툼을 벌인 뒤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장 씨는 A씨의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했다.

장 씨는 경찰 수사가 개시되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경찰에서 "A씨가 반말을 하며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며 "(자신의) 배를 때린 뒤 숙박비를 내지 않으려고 해 홧김에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줄곧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신상공개가 결정된 뒤 취재를 위해 몰려든 취재진들을 향해 "이번 사건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나쁜 놈이 나쁜 놈을 죽인 것"이라며 "유치장에서 많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죽을 짓을 한 것이다.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막말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말 공개된 28쪽 분량의 회고록에서도 "미국은 일본의 본토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지만 일본이 먼저 미국에 공격을 가했기 때문에 아무도 미국을 전범국가라 비난하지 않는다"며 "죽은 원고가 먼저 내게 공격을 가하였으므로 사과의 순서도 죽은 원고가 먼저 하는 게 맞다. 이것이 내가 반성을 안 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변명했다.

장 씨는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이용자가 보낸 편지에 "아무리 화가 나도 살인하지 말라"는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장 씨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흉악한 일을 저지른 중죄인임을 인정하지만 죽은 놈도 나쁜 놈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바"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검찰은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장 씨와 검찰 모두 사형을 선고해달라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장 씨의 항소심 선고는 오는 4월 16일 열린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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