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욕=뉴스핌] 문형민 기자, 김근철 특파원 = 전격적인 한미간 통화스와프 체결은 지난달 22~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과 별도로 만나 요청했고, 한 달만에 합의에 이른 것.
이주열 총재는 20일 출근 길에 기자들과 만나 "양자 면담 과정을 소상히 여기서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리야드에서 양자회담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양자회담에서 한국의 금융시장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영향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이후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해 수시로 의견을 공유했다. 또한 지난 8~9일 컨퍼런스콜(전화 회의)로 진행된 국제결제은행(BIS) 회의에서도 대화를 나눴다.
이 총재는 "연준 의장과 같은 BIS 이사회 멤버로 수시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라인이라 협의하기 좋았다"며 "며칠 사이에 실무 협의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관계도 있고 파월의장이 상당히 신속하게 액션을 취해준 결과"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문형민 기자 = 2020.03.20 hyung13@newspim.com |
이 총재는 연임한 세번째 한은 총재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같이 맡는 총재로서는 처음 연임했다. 재임 기간이 길어지면서 외국 중앙은행장들과 교류가 빈번해지고, BIS 이사직까지 맡게 됐다. 이렇게 쌓은 국제 금융 인맥이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는 한은의 뉴욕사무소장이나 기획재정부 재경관 등 실무자들도 잘 모르게 본부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한은 국제협력국 실무자들이 물밑에서 움직였다.
미 연준 또한 통화스와프 체결에 적극적이었다. 연준은 우리나라 외에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중앙은행 및 싱가포르 통화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로 했다. 기존 캐나다중앙은행과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중앙은행(SNB) 등 상설 통화스와프에 추가한 것.
이 총재는 "미국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상황은 기축통화국 입장에서 보면 기축통화가 그 역할을 하는데 제약을 받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라고 본다. 파월 의장의 신속한 결정에 대해 대단히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추가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들은 외환보유고의 상당량을 미국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자국내에서 달러 수요가 급증할 경우 미 국채를 매각, 달러를 확보해야한다. 결국 연준은 이들의 미국 국채 투매를 막고, 기축통화국 중앙은행으로서의 리더십도 지켜야하는 필요가 있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통화스와프 체결을 위해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자필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홍 부총리는 2008년 10월 한·미 양국이 첫 통화스와프를 맺을 때 워싱턴 주미 대사관 재경관으로 근무하며 현장을 뛰었던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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