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화학의 손을 들어주는 내용의 조기패소 판결문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치열했던 양측 간 소송전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ITC의 최종 결정에서 패소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LG화학과의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합의를 위한 배상금액 산정 과정에서 양측 간의 입장차가 첨예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판결문중 일부. 국제무역위원회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법정모독행위가 나타났다며 오직 조기패소 판결만이 적절한 법적 조치라고 밝혔다. [사진=미국 국제무역위원회] 2020.03.22 yunyun@newspim.com |
◆ITC위원회, 최종결정서 예비결정 결론 변경 '전무'
23일 ITC에 따르면 이번 조기패소판결을 포함해 ITC행정판사의 예비결정에 대해 소송 당사자는 ITC위원회에 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현지시간) '예비결정에 대한 검토' 신청을 했고 ITC위원회가 오는 4월17일까지 검토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ITC위원회가 검토 신청을 받아들여 검토 절차를 진행할 경우 오는 10월5일까지 ▲미국 관세법 337조 위반여부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구제조치 ▲공탁금 등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리게 된다.
관세법 337조는 지적재산권 침해와 같은 무역에서의 불공정경쟁 및 불공정행위를 다루는 제재 규정이다.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구제조치는 해당 기업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결정 등을 말한다. 최악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탁금은 ITC 위원회의 최종결정 이후 60일 간의 대통령 심의기간 동안 피신청인이 공탁금을 내면 수입금지 효력이 일시 중단돼 수입이 가능하다는 걸 뜻한다.
하지만 ITC의 검토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조기패소판결' 내용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ITC통계(2010~2018)에 따르면 영업비밀침해 소송의 경우 검토를 진행해도 ITC위원회의 최종결정에서 예비결정 내용이 바뀐 적은 전무했다.
◆10월5일까지 합의해야…배상금액 산정 쉽지 않을 듯
결국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검토' 신청을 한뒤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10월5일까지 LG화학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ITC의 예비 결정 이후 입장문을 통해 "LG화학과 선의의 경쟁관계이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손을 내밀기도 했다.
관건은 합의 내용이다. LG화학은 그동안 협의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영업비밀 침해 사실 인정과 공개사과, 손해배상 등을 요구해 왔다.
이중 배상금액 산정에 대해 양측 간 합의점 모색도 쉽지 않고 시간도 상당히 소요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간의 탈취 내용 및 광범위한 증거자료 삭제가 드러나 전체 피해규모를 산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G화학 측은 "조기패소 판결이 내려질 정도로 공정한 소송을 방해하고 수년간 영업비밀을 탈취해 사용한 것은 물론 이를 삭제하거나 숨긴 SK이노베이션의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남아있는 소송절차에 끝까지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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