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핌] 라안일 기자 = 대전 대덕구가 코로나19 사태 속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 살리기를 위해 공동주문 일괄배송 등의 정책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아직 시행 초기지만 상인과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정책의 주요 핵심은 비대면 장보기. 비대면 거래를 통해 감염 우려로 시장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를 해소하고 장보기의 편의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지난 20일 오후 4시쯤 대덕구청 현관 앞에 2대의 화물차가 도착하자 공무원들이 분산해졌다. 화물차에는 각 부서별로 주문한 상품이 쌓여 있었다.
대덕구는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자 지난 6일부터 '비대면 장보기'를 시작했다. 시장 상인회가 구성한 상품을 보고 내부게시판을 통해 상품을 고르면 각 부서별로 공동 주문한다. 주문한 상품은 금요일 오후 4시쯤에 일괄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이날 박정현 구청장을 비롯해 145명이 직접 주문한 상품을 구입하고 359만원을 결제했다. 박 구청장은 미역국 등 반찬 위주로 장을 봤다고 했다.
박수영 씨는 과일과 고기 등으로 한 보따리를 꾸렸다. 이마저도 주문목록을 작성하면서 이것, 저것 빼다 보니깐 줄어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 씨는 "요즘 코로나 때문에 장보기가 불안한데 그런 불안감이 해소되는 것 같다. 장을 보려면 가는데 30분, 오는 데 30분 장보는 것까지 3시간 걸리는 데 이제는 갔다 줘 퇴근해서 바로 저녁을 할 수 있다. 엄마 입장에서, 주부입장에서 참 좋은 것 같다"고 호평했다.
[대전=뉴스핌] 라안일 기자 = 20일 대전 대덕구청 1층 로비에서 구청 공무원들이 전통시장에 공동주문한 상품을 결제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2020.03.23 rai@newspim.com |
하태윤 씨도 공동주문 일괄배송이 매우 편리하다고 했다. 하 씨는 "코로나로 사람들 만나는 게 두려운 상황에서 시장을 안가고 미리 주문을 하고 갖다 주니깐 편하다. 상인들도 어려운 상황에서 팔 수 있어 1석2조"라며 "이런 방식으로라도 지역경제에 도움이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도 이 제도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상인들도 침체된 경제상황에서 '단비'와 같다고 강조했다.
법동시장에서 반찬을 파는 이경하 씨는 "오늘 주문받은 금액은 총 11만원이다. 요즘 시장에 사람이 없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며 "옆에서 중리시장 상품이 많이 팔리니깐 욕심이 난다. 다음에는 더 다양한 상품을 준비해서 팔겠다. 그리고 법동시장 상인들에게도 준비를 더 잘해서 우리도 많이 팔아보자고 이야기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법동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이병용 씨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시장에 안 돌아다닌다. (공동주문 일괄배송)이 매출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지윤 중리시장상인회 매니저는 "과외로 수입이 생기는 것인데 큰 도움이 된다"며 "시장은 장소라는 개념이 강한데 비대면 장보기는 찾아가는 서비스라서 소비자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와 상인 모두에 호평받는 만큼 시행 초기지만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6일에는 대덕구청 공무원 84명이 31개 품목을 구입했다. 구입액은 214만원.
20일에는 상품이 많아지면서 참여자도 늘고 구매액도 덩달아 커졌다. 20일 145명이 359만원을 결제했다. 중리시장 상인들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품목도 116개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대덕구 뿐만 아니라 대덕소방서도 공동주문에 동참했다. 20일 대덕소방서 21명의 직원이 72만원의 상품을 구매했다.
대덕구는 우선 공공기관 위주로 공동주문을 확대한 뒤 지역 기업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예정이다. 참여 기관과 기업들이 늘어나면 배달앱을 개발해 전자주문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배달앱 개발과 확산이 이뤄지면 전통시장에 드라이브스루를 추진할 구상이다.
직원 규모가 있는 기관과 기업에는 배달앱을 통해 주문을 받고 일괄배송하고 배달앱을 통해 개인별로 구매하는 소비자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바로 주문한 상품을 받아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소비 트렌드인 비대면 거래를 전통시장에 녹여내 소비 진작과 편의성 향상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게 구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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