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코로나'여파로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주식시장에 이어 부동산도 상당한 충격이 예상됩니다. 강남 아파트 급매물이 늘고 시세도 하락 반전하는 양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10년 주기설'과 맞물려 낙폭이 클 것이란 예측도 나옵니다. 주택 매수를 준비하는 실수요자에겐 기회일 수 있습니다. 변곡점에 들어선 주택시장을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총 5번의 시리즈로 짚어봅니다.
(목차)
①'강남불패'무너질까
②전문가 진단
③사례로 보는 10년위기설
④급락하면 규제 풀릴까
⑤내집 마련은 어떻게?
[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주택시장에 '10년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바이러스 충격이 사실상 전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택시장에도 1998·2008년처럼 고점 대비 20~30% 시세가 하락하는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나온다.
일단 전문가들은 폭락장보단 점진적인 하락세를 전망한다. 앞서 위기 때와 달리 기준금리가 0%대로 최저 수준인 영향이 크다. 다만 코로나 장기화로 금융시장 및 실물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과거 사례처럼 위기감이 한층 고조될 것이란 분위기다.
◆ 경제침체 장기화시 '10년 위기설' 현실화 가능성
주택시장의 투자심리가 크게 꺾였지만 아직 시세가 급락한 상황은 아니다. 주간·월간 시세 변동률을 봐도 그렇다. 15억원을 넘는 초고가 주택이 몰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위주로 일부 1억~3억원 내린 급매물이 나올 뿐이다.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덜한 시가 9억원 미만이나 수도권 비규제지역은 오름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본격적인 하락장이 조만간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의 종식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 주택시장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앞서 위기 당시에도 크게 값이 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부터 아파트값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내 주택시장은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상당한 침체기를 겪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998년 1년간 전국 집값은 -12.4%, 서울은 -13.2% 급락했다. 지난 198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 2008년 10월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도 국내 주택시장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0월 전국 아파트 매맷값은 -1.06%, 서울은 -1.50%로 급락했다. 그해 1~6월 전국 매맷값은 최저 0.16~최고 0.38%, 서울은 최저 0.15~최고 0.57%로 뛰던 때였다. 당시 2005년부터 2008년 9월까지 약 4년간 오르던 주요 아파트값들도 20% 이상 급락했다. 통계가 실거래가보다 보수적으로 책정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하락률은 더 컸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은 가장 크게 값이 뛰던 강남3구 등 주요 주택시장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아파트값이 연초 대비 약 24% 빠졌다. 2008년 1~3월 11억5000만~12억4500만원이던 전용면적 84.43㎡는 10~12월 8억6000만~9억5000만원으로 급락했다.
대표적인 부촌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4차(전용 84.94㎡)는 15억3000만원에서 11억8000만원으로 23% 내렸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140.13㎡)는 19억9000만원에서 16억원으로 20% 하락했다.
또 다른 인기 단지인 목동신시가지2단지(전용 95.22㎡)는 10억5000만~10억8800만원에서 7억5000만~7억7700만원으로 약 29% 내렸다.
강남에서도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타워팰리스도 급락을 피하긴 어려웠다. 타워팰리스1차(전용 84.16㎡)는 14억5500만원에서 11억2500만원으로 23% 하락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사진=이형석 기자] |
◆ 기준금리 인하 버팀목...코로나 장기화 땐 매매시장 붕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동향리포트에서 장기적인 실물경제 부진이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기 침체가 빨라지고 장기화되면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특히 다주택자의 주택담보 생활안정자금 대출이 어려워져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들이 주택 매도에 나서면 공급이 많아지면서 주택가격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코로나 확산이 장기화되면 지역경제가 침체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택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자금난을 겪는 자영업들이나 기업들이 부동산 줄매각에 나설 수 있는 반면 미국 경제가 위축되면 국내 주택시장도 매수세가 개선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택시장은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일부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매맷값이 급락하고 있진 않다. 특히 최근 수년간 주택시장에 적용된 각종 금융규제로 단기적 영향은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국내는 수년간 주택시장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강력한 금융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문제된 위협은 제거했다고 본다"며 "이는 당분간 부동산시장이 버틸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기준금리가 0%대에 진입한 점이 당분간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금융위기 때는 지금처럼 금리가 낮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10월 한국은행은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P 내린 연 4.25%로 조정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0.75%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낮은 금리가 매수심리를 살린다는 뜻은 아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로 일정 시간은 주택시장이 버틸 수 있는 여력은 있다"며 "하지만 금융시장 침체로 주택시장 매수심리도 위축된 영향이 크기 때문에 풍선효과가 불고 있는 수도권 비규제지역들도 코로나19 장기화 시 매수세가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금리 인하는 경기 위축으로 인한 주택 매수세 감소와 급격한 주택시장 위축을 방어하는 정도에 그 효과가 그칠 전망"이라며 "부동산 시장도 결국 자산상품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기 위축 영향에 따라)장기적으로 구매자 관망, 심리적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