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국내 기업들도 비상이다. 미국, 유럽, 인도 등에서 공장 가동 중단 등 해외 생산 기지가 '셧다운(Shut Down)'되고 있고 소비 심리 위측에 수요는 수요대로 꺾여나가고 있다.
재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총수를 중심으로 비상경영에 돌입,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면서 한편으론 위기 속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변화무쌍한 글로벌 경영 환경 아래에서 '위기 경영'이 일상화가 된 지 오래지만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 한 사태를 맞아 국내 주요 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 이재용 "잠시도 멈추면 안 돼"…'초격차' 향해 전진
삼성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초격차'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예측불허 상태에 이른 지금, 흔들림없이 사업에 매진함으로써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나가겠다는 의지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찾아 "예상치 못한 변수로 힘들겠지만 잠시도 멈추면 안 된다"며 "신중하되 과감하게 기존의 틀을 넘어서자"고 당부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아산1캠퍼스에 세계 최초 QD 디스플레이 양산라인인 'Q1라인'을 구축 중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제2공장(X2)을 본격 가동했다. 지난 10일 제품 출하식을 열고 5세대 V낸드플래시 양산을 개시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에는 경기 화성에서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전용라인(V1)을 가동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입국을 막은 베트남 정부를 설득, 대규모 인원의 엔지니어를 파견하기도 했다. 전세기를 타고 베트남에 들어간 이들은 박닌성에 위치한 공장에서 하반기 스마트폰 생산을 위한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생산라인 개조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초격차'를 향해 전진하는 도중에 어려움도 없지 않다. 지난 23일 유럽 슬로바키아의 TV 공장과 인도 노이다의 스마트폰 공장이 가동 중단됐다. 오는 24일부터는 브라질 마나우스 공장도 문을 닫을 예정이다. 글로벌 생산 기지가 코로나 확산 여파에 도미노 '셧다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이 부회장은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흔들림 없이 도전을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부터) [사진=뉴스핌 DB] |
◆ 정의선, 재택근무 중단 '적극 대응'…주식 매입 '책임경영' 의지도
현대차그룹은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해외 공장들이 멈춰서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 중국과 국내 공장 가동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곳곳에서 코로나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지난 18일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고, 유럽 공장 역시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2주간 중단키로 했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인도에서도 현대 첸나이 공장이 멈춰섰다. 첸나이 공장은 연간 70만 대를 생산, 연간 현대차 생산량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곳이다.
글로벌 생산기지가 연쇄적으로 '셧다운'되면서 현대·기아차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시행해온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유연근무체제로 들어갔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현 상황에 대응코자 하는 정 수석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조만간 임원진을 소집해 그룹 경영 전반을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와 더불어 최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 280억 원 어치를 매입하며 코로나 위기 속에서 책임경영 의지를 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에 따라 금융 및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회사를 책임감 있게 끌고 가겠다는 책임경영의 의지"라고 했다.
◆ 최태원, 계열사 CEO 소집 '비상회의'…코로나 대응전략 수립
최태원 회장은 이날 계열사 CEO를 불러모았다. 이번 주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비상 경영회의를 열고, 팬데믹(Pandemic, 대유행)에 이른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그룹 경영상 대응방안을 찾기 위함이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 주력 계열사들은 코로나19 여파에 사업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핵심 장비 업체가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생산 차질 위기에 처했다. 업황 회복 기대감이 일던 반도체시장에서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침체로 인한 매출 타격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글로벌 석유제품 소비 감소는 SK이노베이션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에 더해 산유국 간 감산 합의 불발 등으로 인해 국제 유가도 크게 하락,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 SK에너지의 공장 가동률을 이달 100%에서 80%로 낮췄다.
재계에서 가장 먼저 전사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등 코로나 사태에 발 빠르게 대응했던 SK그룹이지만, 점점 커져만 가는 불확실성 탓에 돌파구를 찾기가 만만찮게 됐다.
SK그룹 측은 최 회장의 비상회의 소집과 관련 "그간 진행해왔던 경영회의"라며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짐에 따라 각 계열사별 대응 상황 등을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각 계열사 경영 상황 점검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및 사회적 파장 등도 점검할 계획이다.
◆ 구광모 "안정적 부품 조달망 구축 위해 생산 전략 재점검"
구광모 회장은 지난달 코로나 사태 초기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경제계 간담회'에서 소재·부품 국산화·다변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에 그는 그룹 차원에서 안정적 부품 조달 공급망 구축을 위해 생산 전략을 재점검하면서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LG는 이달 전세기를 통해 베트남으로 직원들을 급파한다. 베트남 현지 가전, 스마트폰 공장 가동을 위한 필수 인력들로서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3사와 협력사 임직원 250여 명이 각각 28일과 30일 베트남으로 떠난다.
LG전자 소속 엔지니어는 휴대폰, 자동차 부품, 생활가전 등의 신제품 개발 및 생산을 지원하게 된다.
1차 투입 후 LG는 조만간 다시 전세기를 띄워 2차 인력을 베트남으로 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LG전자의 인도 노이다 및 푸네 공장이 이달 말까지 가동을 멈춘 상태에서 베트남 등 추가적인 생산 차질은 없도록 해야 할 상황이다.
LG 측은 "각 계열사에서 (코로나19 영향에 대해)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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