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한양증권의 배당정책에 실망감을 드러낸 소액주주들이 차등배당과 이사회 구조 개편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높은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배당성향은 줄인 반면 최대주주인 한양학원에 대한 기부금은 늘렸기 때문이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주주모임을 결성, 지난 9일 회사에 '한양증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서한/장기동행(同行) 주주가 함께 할 수 있는 길, 희망하는 길'이라는 제하의 서한을 보냈다. 주주모임은 서한을 통해 ▲차등배당 ▲TSR(총 주주 수익률) 제고방안 ▲이사회 구조 개편을 통한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 등을 요구했다.
[로고=한양증권] |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는 한양증권은 그동안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해왔다. 2016년과 2017년 사업연도의 배당성향은 각각 67%, 95%였으며, 2018년 배당성향은 71%로 기록됐다.
한양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95억원, 221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26.4%, 376.1% 급증한 규모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사가 대폭적인 실적 개선을 반영해 높은 수준의 배당성향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여기에 보통주 배당성향을 72%로 가정했을 때, 주당배당금(DPS·연간 보통주 기준)이 1400원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의 증권사 보고서가 발간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양증권이 예상을 깨고 보통주 1주당 350원을 배당한다고 공시하면서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양증권의 주당 배당금과 배당금 총액(46억4413만원)은 직전년 대비 늘어났지만, 배당성향은 21%으로 크게 축소됐다. 배당 규모가 발표되자 회사의 주가는 하루 사이 10% 폭락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외부 요인 외에도 통큰 배당을 기대하고 주식을 매입한 주주들의 실망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액주주들은 사전에 배당성향을 축소할 것이라는 신호도 없었을뿐더러 최대주주인 한양학원에 대한 기부금은 늘어났다는 부분에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주주모임 관계자는 "공식 홈페이지와 공시 자료 등을 통해 배당성향을 높이겠다고 꾸준히 알렸는데, 경영진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배당성향을 지키지 못한 이유가 미래재원 확보라고 밝혔지만, 최대주주에 대한 기부금이 늘어난 부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매년 한양학원에 꾸준히 기부를 해온 한양증권은 지난해 약 15억원을 기부하며 금액을 직전년 대비 3배 정도 늘렸다. 이 기부금을 배당금으로 환산하면 보통주 1주당 1120원에 해당한다는 것이 주주모임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양증권은 "한양학원에 매년 순이익의 약 10%에 해당하는 비율을 기부해오고 있다"며 "지난해 수익이 늘어나면서 기부금액도 늘어난 것이며, 비율로는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주주모임은 "미래재원 투자를 위해 재원을 유보할 경우 투자자들은 잉여금이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이길 원한다"며 "문제는 순이익의 10%에 해당하는 기부금이 다양한 단체 중에서도 최대주주인 한양학원에 쓰였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주모임은 다른 상장사들과 비교했을 때 한양학원의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했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둘러싼 문제도 제기됐다. 한양증권의 현 상근감사는 1982년부터 2007년까지 한양학원에서 근무했으며, 2010년부터 한양증권의 감사로 재직 중이다. 이에 주주모임은 상근감사 대신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주모임 측은 서한을 전달한 이후 회사 측과 만남을 가졌으나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어렵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주주모임은 오는 25일 주주총회에서 현 이슈에 대해 질의하고, 차등배당과 회계장부 및 이사회 의사록 열람권 등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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