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전날 주한미군이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강제 무급휴직 조치를 최종 통보한 가운데, 26일에는 우리 정부에 무급휴직 사태를 피하려면 방위비 협상을 조기에 타결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나섰다.
이날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 조치와 관련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질문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 지급을 위해 편성한 미군 자금은 이달 말로 고갈된다"며 "미·한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지면 무급휴직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택=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6월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에서 유엔사·주한미군사령부 본청을 개관하고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
앞서 미국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2020년 초부터 적용돼야 할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타결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4월 1일부터 한국인 근로자 중 생명과 건강, 안전 분야 등 필수 인력 3200여명(35%)을 제외한 65%(5800여명)을 무급휴직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우리 정부는 방위비 협상에서 인건비 문제만 선타결하거나, 아니면 주한미군 자체 운영유지예산(O&M)에서 전용하는 방안을 미국에 거듭 제안했지만 미국 측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방위비 협상을 조기에 타결하는 것 뿐"이라고 하면서 우리 정부의 제안을 거절했다.
최근 미국 LA에서 열린 7차 방위비 협상에서도 양측은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문제와 관련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원래 이틀로 예정돼 있던 회의 일정을 연장해 사흘간 회의를 열었고, 제임스 드하드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와 정은보 한국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단독으로 만나 집중적으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국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는 지난 2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주한미군의 한국인 근로자 강제 무급휴직 통보 조치에 항의하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응식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위원장이 주한미군 조치에 항의하는 의미로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노동조합] |
결국 미국 측은 지난 25일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5800여명에 강제 무급휴직 조치를 최종 통보했다. 이에 한국인 근로자 노동조합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 및 삭발식을 갖고 강하게 항의하며 "한국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한국과 계속 협상할 것"이라면서도 "동맹과 파트너들이 비용을 공정히 분담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보다 공평한 SMA에 미·한 양국이 합의한다면 무급휴직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0차 SMA로 마련된 자금은 지난해 12월 31일부로 소멸됐다"며 "새롭고 포괄적인 SMA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4월 1일부로 대부분의 한국인 근로자들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고 많은 건설과 군수지원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한 협상팀이 합의를 위해 소통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화상회의와 직접 면담, 혹은 상호 수용할 수 있는 방식을 통해 논의를 계속하는데 언제나 열려있다"고 답했다.
또 '사흘간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끝난 직후 국무부가 논평을 통해 밝힌 커다란 간극이 더디게라도 좁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까운 동맹 간에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논의의 세부 내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두 나라에 모두 공정하고 공평한 협상 결과를 모색한다"는 기존 원칙만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이 SMA를 포함해, 미·한 동맹에 제공하는 상당한 자원에 감사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합당한 몫을 더 부담할 수 있고 더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미·한 동맹은 강력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미국은 미·한 동맹을 강화하고 이를 강력히 지탱해 줄, 두 나라에 모두 공정하고 공평한 SMA 협상 결과를 모색한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