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생후 7개월 딸을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부가 2심에서 대폭 감형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2시 살인·사체유기·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남편 A(22) 씨와 아내 B(19) 씨 부부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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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10년을, B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 씨는 당심에서 피해자가 사망할 것을 예상 못했다고 주장한다"며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내용, 이 사건의 객관적인 사실관계 등을 종합하라 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양형에 있어서 B 씨는 재판 과정에서 성인이 돼 '불이익 변경금지' 규정을 적용해 징역 7년을 넘을 수 없다"며 "A 씨의 양형도 B 씨와 비교해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것은 피고인의 범행이 확정적 고의가 아닌,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알면서도 조치를 하지 않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인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1심은 각 범행에 대해 양형기준상 잔혹한 범행 수법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미필적 고의 살인의 범행 수법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어 1심 양형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던 것과 관련해 "1심과 동일한 형을 선고받고자 할 때 불이익 변경 금지 규정상 B 씨는 장기, 단기가 아닌 하나의 형이 내려져야 한다"며 "검찰이 항소했다고 해도 오늘 내린 형과 동일하게 선고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5일 열린 재판에서 "B 씨는 1심에서 장기 15년에 단기 7년의 부정기형을 선고받고 현재 성인이 됐다"며 "법률상 검사의 항소가 없으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판결을 내릴 수 없어 단기형인 징역 7년을 넘길 수 없게 됐다"고 감형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A 씨 역시 B 씨와 양형을 맞출 수밖에 없어 1심의 징역 20년은 대폭 조정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이 실수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항소심 법원은 성인이 된 B 씨에게 소년법을 적용해 기간을 특정하지 않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없다.
또 '불이익 변경금지' 규정을 적용할 때 부정기형 중 최단기형(징역 7년)과 정기형(2심 형량)을 비교해야 한다는 판례에 비춰보면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B 씨에게 징역 7년을 초과하는 형을 내리기 어렵다.
검찰에 따르면 부부는 지난해 5월25일부터 31일까지 6일 동안 인천 부평구 소재 자택에서 생후 7개월인 C 양을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숨진 딸을 야산에 매장할 의도로 집에 방치한 것으로 보고 사체유기죄도 함께 적용했다.
1심은 "5일간 물도 먹지 못하고 굶는 등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숨진 경위 등을 볼 때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며 "중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해 A 씨에게 징역 20년을,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내 B 씨에게는 장기 15년·단기 7년 형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두 사람은 항소했지만 검찰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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