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전 세계에서 코로나19(COVID-19)가 네 번째로 빠르게 확산되는 스페인이 중국산 불량 진단키트를 대량 수입했다가 전염병이 더욱 확산되는 위험에 직면할 뻔 했다.
스페인 현지 매체 엘파이스는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보건부가 수입했다는 중국산 의료장비 중 바이오이지(Bioeasy)사의 코로나19 진단키트 정확도가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는 양성자도 음성으로 분류하는 형편없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 레가네스에서 장례업체 직원이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을 담은 관을 옮기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전날 4억3200만유로(약 5797억원) 규모의 중국산 의료장비를 구입하겠다고 밝히고 중국산 진단키트 9000개를 우선 수도 마드리드 소재 병원 4곳에 전달했다.
하지만 의료진이 실제 사용해본 결과 확진자를 정확히 잡아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유전자 검사(PCR) 방식 진단키트는 80% 이상의 정확도를 보여야 한다.
이에 스페인 전염병·임상미생물학회(Seimc) 중국산 진단키트 사용을 당장 중단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마드리드 시 당국은 즉각 해당 제품 사용을 중단했다.
스페인 현지 언론은 중국산 제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당국의 전문적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비난했다. 페르난도 시몬 스페인 보건 경보·비상 센터장은 해당 진단키트가 유럽 품질인증(CE)을 받았는지도 확인되지 않았고, 국내에 유통된 경로도 파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 측은 해당 제품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스페인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날 "바이오이지의 진단키트는 중국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았으며, 중국 정부가 스페인에 보낸 의료용품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문제의 진단키트 제조사인 바이오이지는 스페인에 수출한 진단키트를 전량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이지는 이날 스페인 보건부에 서한을 보내 "새로운 진단키트를 보내 환자들이 최고의 진단을 받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자사의 진단키트가 빠른 속도로 결과를 도출하는 만큼, 사용 방식을 정확히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제품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가 매뉴얼을 제대로 따르지 않아 정확도가 떨어졌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스페인 정부는 결과가 나오는 데 통상 4시간 가량 걸리는 다른 PCR 진단키트에 비해 중국산 진단키트는 15분 만에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중국산 제품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가장 많고 사망자는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시스템사이언스·엔지니어링 센터(CSSE) 코로나19 상황판에 따르면 한국시간 27일 오후 4시 3분 현재 스페인 내 누적 확진자는 5만7786명, 사망자는 4365명으로 집계됐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