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뉴스핌] 김현우 기자 = "아주 사소한 사안이라도 국회에 들어오면 진영 논리에 갇혀서 싸우고 이념화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경기 화성을에 출마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10일 신임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됐을 때 일성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가장 우측에 있다고 꼽힌다. 그러면서도 가장 유연한 의원으로도 평가받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그를 본 야당 관계자는 "양당 이해가 부딪힐 때, 야당 의원들과 직접 접촉해 가며 대안을 마련하곤 했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여당에서 대화가 가능한 인물 중 하나이지만 한편으로는 협상으로 원하는 것을 다 가져가는 정치인"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2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지는 않다"며 "단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노동이 행복한 나라를 청년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진영논리를 극복하며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화성=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화성을 후보. 2020.03.27 pangbin@newspim.com |
◆ '공수처 대전' 승리 주역, 4+1 협의체 구상한 전략통
이원욱 의원은 지난해 5월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됐다. 원내수석부대표는 주로 다른 정당과의 협상 창구를 맡는다.
이 의원이 수석을 지내는 동안 국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선거법은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많았던 탓에 협상이 쉽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결과물을 냈다.
이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가 협상을 추진하는 대상은 야당만이 아니라 같은 당 원내대표와 다른 의원들, 지도부까지 포함된다"며 "선거를 앞두고 다른 야당들도 빈틈을 내어주지 않았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민주당은 사실상 입법연대 형태인 '4+1 협의체'로 이를 돌파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의원들에 더해 대안신당 측까지 뭉치게 됐다. 협의체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리로 민생법안을 하나하나 합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적잖은 잡음이 있었다. 지역구 당선보다 비례대표 당선이 용이한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를 요구했다. 반면 지역이 탄탄하고 정당 지지율이 낮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측은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되 최소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조였다.
본래 선거법은 지난해 말 지역구 225석, 연동형 비례대표 75석으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지역구를 현행보다 28석이나 줄이는 면에서 적잖은 반발이 있었다. 선거구 조정 과정에서 거대 선거구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인구가 적은 강원도나 호남, 경북 지역에서 불만이 많았다. 비례성을 갖추더라도 대표성이 떨어질 수 있다.
4+1 협의체는 지역구를 253석으로 유지한 채 연동형 비례대표제 30석과 현행 병립 17석으로 선거법을 수정했다. 결과물이 '누더기 선거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과정 자체로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들었다. 과반 의석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한국 정치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 '입법연대'를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표결이라도 늦춰보자던 한국당의 '수정안' 남발 시도도 막아냈다. 당시 야당은 "이 법은 모년 모월 모일부터 시행한다"는 식으로 숫자만 바꾼 수정안을 여럿 제출했다. 민주당은 이에 가장 마지막에 수정안을 내는 방안으로 대응했다. 가장 늦게 제출된 수정안부터 표결한다는 국회법을 잘 알아서 가능한 일이다.
이 의원은 " 4+1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틀을 고안한 뒤에 민생법안의 국회통과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상황이 급박했고 예측이 불가능해 여러 대안을 마련해 놓고 일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공수처와 선거법 입법을 마무리 지은 뒤 홀연히 원내수석 자리를 내놓았다. 이 의원은 "몸은 축났지만 민생법안을 얻었다"며 "소임을 다 한거라 생각해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사임의사를 밝혔고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화성=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화성을 후보. 2020.03.27 pangbin@newspim.com |
◆ 험지를 텃밭으로 바꿔 낸 당직자 출신 국회의원
이원욱 의원은 새정치국민회의 당직자 공채 1기 출신이다. '학생운동을 했던 노동자'였던 그가 뛰어든 계기는 1997년 대선이다. 대선 직전까지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우세가 점쳐지던 상황이었다.
이 의원은 "당시 김대중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민주주의·공정·정의 등 가치가 실현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선거에만 기여하고 돌아가려 했지만 지금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당직자에서 국회의원으로 도전한 계기를 묻자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다. "후보가 없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보수 텃밭이던 화성을 선거에 나설 사람이 없었다. 당직자였던 이 의원은 후보가 없으면 안 된다며 정세균 당시 의원과 상의를 했고 본인이 공천을 신청했다.
첫 도전은 36.39% 득표에 그쳤다. 이후 지역위원장을 맡아 지역을 다졌고 19대와 20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됐다. 동탄신도시가 추진되면서 젊은 사람들이 늘어난 덕이 크다지만 이 의원 지역구 활동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이 의원을 오래 지켜본 캠프 관계자는 "보수정당 지지자들을 민주당 지지자로 바꿔냈다"며 "험지를 텃밭으로 바꾼 것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닮고 싶은 정치인으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꼽았다. 각각 '상인의 감각과 서생적 문제의식'을 갖췄고, 정당 우위에서 시민 우위로 정치 지형을 바꿨으며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심어냈단 이유에서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롤모델로 꼽았다. 이 의원은 "부드러운 품성과 소통능력을 갖췄고 늘 공부하는, 노력하는 정치인"이라며 "저 역시 분열보다는 화합, 상생을 지향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해 5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05.16 kilroy023@newspim.com |
◆ "최저임금 집중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과 공정거래 대안 부족했다"
이원욱 의원은 특히 '먹거리'에 관심이 많다. 그의 지역활동 특징은 기업방문이다.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이 화성을 지역에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매주 기업을 방문하며 현장 의견을 듣는다.
특히 이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의 탄력적 적용 등을 두고 '현실적' 접근을 해왔다. 민주당의 대다수 현역 의원들과는 살짝 결이 다른 접근이다. 이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방향과 가치는 옳지만 혁신성장과 공정거래가 같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틀이 모두 흔들린다"며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 대안 고민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경제 정책에 반대로 일관해온 야당에도 쓴소리를 했다. 이 의원은 '제로페이' 입법 무산을 예로 들며 "한국당이 협상 테이블에서 보여준 모습은 '무조건 문재인 정부 반대'였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소상공인의 경제, 간편결제시스템 도입, 소득공제폭 확대 등 제로페이 입법을 추진했지만 야당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며 "결국은 국민이 피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선거를 앞둔 출판 기념회에서도 정치계에서 흔한 '자기 홍보'용 책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수소에너지' 입문서에 가까웠다. 이 의원은 "기후변화 등 환경과 아동문제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정치인보다 먼저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왔다"며 "민주당의 가치는 경제성장과 같이 가야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21대 국회가 '협상이 책무인 국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20대 국회는 식물국회로 살다가 마지막에 동물국회가 됐다"며 "21대 국회는 협상을 통한 민생 국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의원은 지역 공약으로 인덕원-동탄선 연장, 동탄트램 사업 가속화 등을 내놓았다. 1500석 규모 문화 공연장을 건설하고 경기도립·화성시립도서관과 국제규격 실내 수영장도 건설한다는 공약도 냈다. 이 의원은 "동탄은 아이를 가진 3,40대 학부모가 사는 도시"라며 "그 아이들이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는 화성시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지역 공약을 설명했다.
이 의원은 3선 의원이 된다면 '3공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청년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공정',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는 '공생',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한 '공존'이다. 그러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정치인이 아닌 문제를 풀어가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며 "분열보다는 화합, 상생을 지향하는 정치인이, 협의에 솔선수범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해 9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1회 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 경제 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2019.09.30 leehs@newspim.com |
◇ 이원욱 경기 화성을 더불어민주당 후보 약력
1982년 고려대 법학과 입학
1985년 민정당 중앙정치연수원 점거농성 사건으로 구속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 당직자 공채 1기
2012년 19대 화성을 국회의원
2016년 20대 화성을 국회의원
2016년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2019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 뉴스핌은 4·15총선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 출마한 후보자들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후보자 외에도 다른 정당 또는 무소속 후보의 인터뷰 일정이 잡히는대로 추가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문의 뉴스핌 총선특별취재팀(02-761-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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