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북한 지도부와 다시 마주 앉길 희망한다"면서도 "충분한 진전 이뤄질 때까지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언급은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의 대북 압박 발언을 문제 삼아 "미국과 대화 의욕을 접었다"고 비판한 지 몇 시간만에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아시아 언론과의 전화 콘퍼런스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우리는 북한 지도부와 다시 마주 앉아 북한 주민의 더 밝은 미래를 향하는 길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일을 시작할 기회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 방송(VOA) 등이 전헸다.
그는 "이는 우리가 (북미 협상) 노력을 시작한 이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장관으로서 북한을 처음 방문한 이후 북한을 대화와 협상에 관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고 북미 두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처음 만났을 때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 주민의 밝은 미래 등 중요한 약속이 이뤄졌다면서 "우리는 모두 그 모든 일을 잘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그는 미국 정부는 그 이후 협상의 진전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충분한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제재, 미국의 제재가 아니라 유엔 제재가, 계속 유지되고 집행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이는 단지 미국의 제재가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 사회가 합의한 제재란 점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코로나19(COVID-19) 방역을 위한 대북 지원과 관련해선, "북한이 이 사태로 인한 도전에 부딪힐 것이 명백해진 초기부터 직접 지원을 제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북한은 이날 외무성의 신임 대미협상국장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폼페이오가) 생뚱 같이 대조선(대북) 제재 압박을 고취했다"며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신형 코로나비루스 방역문제와 관련해 '진정에 넘친 지원구상'을 담은 친서를 우리 지도부에 보내오며 긴밀한 의사소통을 간청하는 반면 국무장관이라는 자는 …(중략) 대체 미국의 진짜 집권자가 누구인지 헛갈릴 정도"라고 주장했다.
담화는 "미국 대통령이 자기에게 유리한 시간과 환경을 벌기 위해 유인책으로 꺼내든 대화간판은 국무장관의 망발로 하여 심히 훼손됐다"며 "우리는 폼페이오의 이번 망발을 들으며 다시금 대화의욕을 더 확신성 있게 접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며 "미국은 때 없이 주절거리며 우리를 건드리지 말았으면 한다. 건드리면 다친다"고 경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5일 주요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후 브리핑에서 "G7과 모든 국가는 북한이 협상에 복귀하도록 요구한 데 있어 단합된 상태로 있어야 한다"며 "북한의 불법적 핵·탄도 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외교적,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 사회가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를 요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코로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제재를 완화할 것을 촉구한 이후 나온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거듭 밝혔으나 이는 기존 입장과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친서에도 불구하고, 북미간 대화 재개 실마리를 찾는 것은 당분간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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