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부가 30일 코로나19 사태로 초래된 국민들의 생활고를 지원하기 위해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1400만 가구에 최대 100만원씩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지원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조치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다만 이들 국가가 저소득층을 선별 지원하는 반면 우리는 중산층까지 포함시킨 데다 실제 지급은 5월이 돼야 가능한 데도 서둘러 발표한 것은 총선용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무엇보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정부가 기대한 내수 진작 효과를 나타낼 지도 의문이다. 최근 소비 급감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회적 활동이 위축된 탓이 크다. 정상적인 소비활동을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턱대고 돈을 푼다고 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712만원 이하인 중산층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한 것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반드시 조정돼야 한다. 중산층은 쓸 돈이 없어서 소비를 안하는 것이 아니다. 쿠폰과 상품권을 지급한다고 해서 추가 소비로 이어지기 보다는 어차피 지출해야 하는 필수 생계비로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여권에서도 총선을 겨냥한 선심 정책이라면, 이미 효과는 다 본 것 아닌가.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 사태로 소득이 끊겨버린 취약층에 대한 생계 지원에 국한해야 한다.
재원 조달도 관건이다. 정부는 9조1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긴급재난지원금 중 중앙정부가 부담할 7조1000억원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원 대부분을 뼈를 깎는 예산의 세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512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편성하면서 60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 데다 11조1000억원에 달하는 1차 추경에서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키로 한 지 2주도 채 안됐다. 미래 세대에 더 큰 부담을 안겨서는 안된다. 더욱이 코로나펜데믹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적자 국채 발행은 신중해야 한다. 사태가 장기화돼 한계상황에 직면한 자영업자와 기업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대량 실업 문제에 대응할 재원은 어떡게 마련할 것인가.
올해 예산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올해 예산은 선거를 대비해 작년보다 무려 42조원(9.1%)이나 늘려 편성한 선거용 선심예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중 코로나 사태로 연기가 불가피한 사업, 불요불급한 사업들에 대한 예산을 과감히 삭감해야 한다. 512조원 예산의 10% 만 감축해도 50조원을 만들 수 있다. 야당인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예산의 20% 정도를 항목 변경해 100조원의 비상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 만큼 국난 극복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소기업과 자영업자 및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자금으로 비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