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10억원짜리 주택을 매매하면 중개 수수료를 최대 900만원까지 내야하고, 중개업자는 거래 한건으로 최대 1800만원(매도자, 매수자 각 9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습니다. 과연 합리적인 수수료입니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中)
부동산 중개수수료 산정방식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집값 상승으로 중개수수료 부담도 늘어난 탓이다. 최고 요율을 적용받는 9억원 이상 주택이 늘면서 새로운 요율 구간을 정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현실화가 꼭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현재 11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청원인은 "9억원 이상의 주택 매매 시에는 상한 수수료율이 0.9%로 급격히 올라간다"며 "문제는 집값이 급등해 고가주택의 기준은 실제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2019.12.17 pangbin@newspim.com |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집값 구간별로 정해진 최고 요율에 따라 산정된다. 서울에서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거래금액에 따라 ▲5000만원 미만 0.6% ▲5000만∼2억원 0.5% ▲2억∼6억원 0.4% ▲6억∼9억원 0.5% ▲9억원 이상 0.9% 등이 적용된다. 거래당사자와 공인중개사는 최고 요율 범위 내에서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수수료를 정하면 된다.
집값이 오를수록 중개수수료도 늘어나는 현재 방식에 대해 소비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원글에 동의한 A씨는 "집값이 오를수록 수수료가 비싸지다 보니 집값도 계속 오르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며 "거래 한 건에 1000만원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는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B씨도 "고가의 수수료를 받는다면 거기에 합당한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고요율을 적용받는 9억원 이상 주택이 늘어난 것도 불만을 키우는 대목이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1812만원으로 나타났다. 중위가격은 전체 아파트를 가격 순으로 줄 세울 때, 중간에 있는 값이다. 서울 아파트 절반 이상은 9억원 넘는 고가주택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12억 이상' 등 새 구간을 마련하거나 고정 요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2억 또는 15억원 이상 구간을 마련해 초고가주택에 대한 중개수수료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초고가주택에 대한 수수료 인상은 주택 가격 안정화를 견인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 학과 교수는 "0.4~0.5%의 단일 요율을 정해야 한다"며 "거래금액에 따라 요율을 다르게 하고 있지만, 실제 공인중개업소에서의 업무 강도나 노력이 달리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이와 관련해 별도의 검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최고 요율 범위 안에서 거래당사자와 공인중개사 간 수수료 협의가 적극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부터 시행 중인 새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거래당사자가 중개수수료 책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는 확인란과 수수료 지급 시기 기재란이 추가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개수수료는 시장 상황에 따라 최고 요율 범위 내에서 협의 가능한 부분이고, 그 과정에서 낮아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협의 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새로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업계와 소비자 간의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기가 쉽진 않다"며 "객관적인 자료와 근거를 토대로 논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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