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핌] 김준희 기자 = 4년 전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은 대히트를 쳤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명 인사들이 많아 '더벤저스'라고 불렸다. 양향자 전 민주당 최고위원(52)도 당시 문재인 당대표 손에 영입됐다. 고졸 출신 여성으로서는 처음, 삼성전자 상무까지 지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화려한 데뷔와 달리 정치는 녹록치 않았다. 인물론을 내세우며 광주 서구을 바닥을 훑었지만 국민의당 광풍에는 역부족이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낙선자 중 가장 아쉬운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그에게 거는 기대 덕분일까. 양 전 최고위원은 낙담하지 않았다.
총선 이후에도 정치적 광폭행보로 주목 받았다. 원외인사로서는 드물게 여성 몫의 당 최고위원직에 도전해 성공했다. 원내 여성의원들 사이에서 암묵적인 순번이 있던 관행을 고려하면 파격적이다. '최초의 여성 광역자치단체장'을 꿈꾸며 광주시장 경선에 나가기도 했다.
절치부심하며 보낸 지난 4년 덕에 그의 정치인생은 압축 성장했다. 양 전 최고위원은 "기업부터 정당, 국정, 행정, 외교 등을 겪으며 이제 실력에 경험을 더했다. 어려운 도전이 없었다면 광주 시민들께도 인정받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질주를 멈추기엔 호남 출신이자 여성, 기업인으로서 전해야 할 메시지가 산적해있다. 그는 "저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가 대한민국의 희망이 될 수 있다"며 "지역균형발전과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혁신성장 등이 제가 내야 할 메시지다.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확신했다.
[광주=뉴스핌] 김준희 기자 = 양향자 광주 서구을 더불어민주당 후보. 2020.04.01 zunii@newspim.com |
다음은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일문일답.
- 20대 총선부터 광주시장, 최고위원 등에 도전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실제로 경험한 정치는 어땠나.
▲ 저는 여성이며 호남, 기업인 출신이다. 낙선 후 저를 영입한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결국 대선 승리를 위해 영입됐다고 생각한다. 낙담하면 안됐다. 뭐라도 역할이 주어지면 저를 던지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호남의 지지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중요했다. 총선에서 광주의 전석을 빼앗겼다. 원외인사지만 최고위원이 돼야 광주시민들께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 달라,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원들께도 호남의 지지를 받기 위한 저의 역할을 강조하며 당선됐다. 유은혜 의원을 이기며 다들 깜짝 놀랐다.
광주시장 경선에도 나갔다. 제가 출마한 이유는 던져야 할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여성을 대변해서 나온 후보가 없었다. 단 한 번도 광역단체장 중에 여성이 나온 적이 없었다. 나온다면 광주에서 나와야 한다고 봤다. 또 호남의 경제적 낙후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후보는 저밖에 없다. 지자체장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크다고 봤다. 출마했는데 경선에서 떨어졌다.
많은 분들이 원외인사가 최고위원, 광주시장 경선에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어떤 분들은 초선도 안 해보고 지원한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사람 가운데 저처럼 압축적으로 경험한 이가 없다. 최고위원 처음으로 2년 임기를 마쳤고, 촛불 탄핵과 정권 교체,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등 정치적 여정에 함께였다는 것이 영광이기도 하다.
- 정부에서 일할 기회도 있었는데 무얼 배웠나.
▲ 2018년 최고위원 임기가 끝나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이 됐다. 첨단 기술을 다루는 글로벌기업 삼성의 조직문화와 DNA, 시스템을 공무원 사회에 이식하라는 취지였다. 1년 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2만 명 정도를 교육했다. 사무관급 이상의 국가직공무원들 1만 명 정도에 지자체 특강을 다니며 1만 명 정도를 더 만났다. 제게도 국가 시스템을 볼 수 있던 감사한 시간이다. 또 정당 네트워크만 있던 제게 전국 네트워크가 생겼다.
- 4년 만에 다방면에서 정치적 자산을 쌓았다.
▲ 저는 압축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광주 시민들도 그것을 다 알아주신다. 4년 전에는 광주여상 출신 임원으로 출마했다. 당시 '능력이 있는 건 알겠는데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제는 실력에 경험을 더했다. 지역 분들이 이번에는 민주당, 이번에는 양향자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기업부터 정당, 국정, 행정, 외교 등 이제는 준비됐다고 인정해준다. 여러 어려운 도전이 없었다면 인정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과감하게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가치 있는 길에 자신을 던짐으로써 감동을 주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 민주당 입당 전만 해도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지금은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
▲ 제가 다른 이보다 특출한 역량을 갖고 있어서라기보다는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기업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이자, 여성을 대변하는 영입인사로서 민주당의 메시지였다. 제가 던지는 메시지는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가 아니다. 저는 고통스럽게 유리천장을 깨며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적어도 후배들에게는 같은 길을 물려주길 원치 않는다. 여성들이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거치더라도 직장에서 인정받고 대우받아야 한다. 또 청년들이 내딛는 발걸음에 희망이 되고 싶다.
정치는 결국 메시지와 전략이라고 본다. 저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가 대한민국의 희망이 된다고 확신한다. 호남의 낙후와 지역균형발전,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 문제, 기업하기 좋은 국가 혁신성장 등이 모두 제가 내야할 메시지이다. 제 생각에도 저는 메시지를 내기에 가장 적합한 정치인이다.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본다.
- 상대 후보는 오랜 정치 경험으로 인한 경륜이 강점으로 꼽힌다. 양향자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 이제 정치도 미래사회에 맞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천정배 후보에게는 경륜이 있지만 과거의 리더십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제게는 현재와 미래의 리더십이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로 세계를 제패했는데 이 업계에서 일하며 항상 10년, 15년 후 미래계획을 만들며 체화했다.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려면 그런 리더십이 필요하다. 시대가 부르는 사람이 있다. 현재와 미래는 양향자를 부르고 있다고 확신한다.
새로운 역량과 경험, 신호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희망이 있다. 또 천 후보에게도 시작점이 있다. 경륜이 없다고 정치할 수 없다면 누가 정치권에 들어갈 수 있겠나. 과감히 새 인물을 기용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에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
- 당선되면 해결하고자 하는 1호 입법 과제가 있나.
▲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우리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2개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지난 2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을 가리켜 '사태'라고 표현했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강화해 망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또 저는 2016년 민주당 소녀상눈물특위 위원장을 맡아 소녀상 철거 저지와 한일 위안부 협상 무효화를 주도했다.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고려하고 있다. 5·18 및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폄훼 행위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으로만 처벌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 호남에서 유일한 민주당 여성 후보다. 정치판에서도 나 홀로 유리천장을 뚫은 격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 호남 28석 중에 경선을 통과한 여성이 더 하나뿐이다. 이 정도로 여성에 대한 시각이 가혹하다. 특히 민주당 60년 역사가 있는 민주당 텃밭에서도 여성이 정치하기는 어렵다는 방증이다. 가슴이 아프고 부끄럽기도 하다.
- 앞서 여성 최고위원으로 출마하며 '당내 모든 조직과 위원회의 남녀동수 구성'을 내세웠지만 잘 안 됐다. 조직 문화도 있지만 여성 정치인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들의 정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무엇일까.
▲ 정치권 분위기가 굉장히 보수적이다. 그래서 정치 문화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본다. 우리사회에서는 인식 자체가 정치에 도전하는 여성을 정상으로 보지 않는다. 여성이 정치를 한다고 하면 가정을 돌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제가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남편은 멀쩡하게 있느냐"고 질문하신 분도 있다. 저는 오랫동안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자상한 남편과 아들딸이 있다. 이런 정상적으로 보편적이면서 평범한 가정의 여성이다.
이런 인식은 기업에서도 있었지만, 정치권의 유리천장이 더 크고 견고하다. 저는 그것을 깨고 정말 열심히 했다. 도와주신 분들 덕분이기도 하다. 정치를 하며 믿음을 드려야 한다고 본다. 선거 같은 경우도 박빙으로 이기면 내부에서 분열된다. 그래서 초격차 작전을 정치에서도 쓴다. 초격차란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격차를 벌린다는 의미다. 거리의 격차가 아니라 품격의 격차를 보여줘야 한다.
- 광주 발전을 위해 '경제 전문가'로서 구상한 큰 그림이 있다면.
▲ 지금 광주 경제는 급격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올해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고 빛그린산업단지와 AI산업융합단지 및 스마트에너지밸리가 추진되고 있다.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될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다. 특히 마중물 역할을 할 대기업이 중요하다. 대기업이 들어오면 중소기업과 벤처, 스타트업 등 경제 구조가 다양해지는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저는 미래차 분야의 대기업을 유치할 것이다. 연구개발(R&D)부터 완성차 제조까지 광주에서 한꺼번에 이뤄지는 미래차 원스톱(One-stop)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 광주 서구을의 가장 큰 지역 현안은 무엇인가. 또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 미래차 원스톱 클러스터 조성은 광주 경제의 미래 비전이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이다. 또 서구의 숙원은 마륵동에 위치한 탄약고를 이전하는 것이다. 탄약고는 광주 군공항 이전과 연관돼 있다. 지난 선거에서도 현역 의원인 천정배 후보가 군공항 및 탄약고 이전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민주당 탓, 국방부 탓만 하고 있다.
저는 인센티브라는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군공항 및 탄약고를 받아줄 지역에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을 21대 총선 공약으로 발표하며 '군공항 이전법'을 개정해 국가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최고위도 '광주 군공항 및 탄약고 이전 특위'를 설치해 저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민주당이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이다. 지역 문제 전문가들인 광주시 및 서구, 광주시민 위주로 특위를 구성하고 있다. 총선 직후 당정협의를 통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겠다.
- 양향자에게 광주는 OO이다.
▲ 신세계다. 어린 시절 본 광주는 제가 살던 전남 화순 쌍봉마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쌀 팔러 나가던 어머니를 따라 양동시장에 나가곤 했다. 당시 제게 광주는 가장 크고 가장 북적이고 가장 역동적인 도시였다. 광주를 한 번씩 다녀오면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인이 됐다. 학교 친구들은 도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4년 전 정치인으로 돌아와서 본 광주는 어릴 때 보던 그 광주가 아니었다. 그때를 활기를 되찾고 싶다. 제가 보던 신세계 같은 광주. 가장 북적이고, 가장 역동적이던 그 도시. 멈춰 있는 광주의 경제 시계를 다시 돌리겠다. 어느 시민이 '정치는 경제다. 경제는 양향자다'라고 하셨다. 이 말처럼 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광주 시민, 서구 주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
[광주=뉴스핌] 김준희 기자 = 양향자 광주 서구을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사무소 전경. 2020.04.01 zunii@newspim.com |
◇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후보 약력
1967년 전남 화순군 출생
1986년 광주여상 졸업
2005년 한국디지털대 인문학 학사
2008년 성균관대 대학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사
2014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팀 상무
2016년 더불어민주당 광주 서구을 지역위원장(現)
2016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전국여성위원장)
2018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2019년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 특별위 부위원장
2019년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現)
※ 뉴스핌은 4·15총선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 출마한 후보자들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후보자 외에도 다른 정당 또는 무소속 후보의 인터뷰 일정이 잡히는대로 추가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문의 뉴스핌 총선특별취재팀(02-761-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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