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한국은행이 비은행 금융기관 즉, 증권사에 대출하는 것과 관련 한은법 유권해석에 착수했다. 오는 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회사채 직접 매입은 아직까지 손대기 어려운 카드로 여겨진다. 한은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데다 특혜 시비도 우려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서울 중구 한국은행. 2019.03.29 alwaysame@newspim.com |
6일 한은 관계자는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과 관련된 한은법 제80조를 검토 중"이라며 "(현재 상황이) '중대한 애로'인지 여부는 금통위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은법 80조는 한은은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금융통화위원 4명 이상의 찬성을 받으면 비은행 금융기관에도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대한 애로에 대한 결론이 나와야 한은이 증권사에 대한 대출을 해줄 수 있는데, 이 결정은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린다. 한은은 오는 9일 열리는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에도 정부의 신용보강이 필요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은 관계자는 "위기대응 상황에서 한은법 상에서 (대출을) 할 수 있지만 정부가 보증하면 손실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게 된다"고 전했다.
한은법 80조가 지금까지 적용된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증권금융(2조원), 신용관리기금(1조원)에 대한 대출이 유일하다. 당시 증권사나 종금사 등에 직접 대출을 해준 것이 아니라 양 기관을 거쳐 유동성을 간접적으로 보충했다.
한은법 80조가 부각된 이유는 한은이 저신용등급 기업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이들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나 CP를 직접 매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2일 긴급간부회의를 소집해 "상황이 악화될 경우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법 80조에 의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증권사 대출 외에 한은의 회사채 직접 매입은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적극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법 제 68조 '공개시장조작' 조항에 따르면 ▲국채 ▲원리금 상환을 정부가 보증한 유가증권 ▲이밖에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한 유가증권이 대상이 된다.
한은 관계자는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이 안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68조에 나온 발행조건에 충족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면식 부총재 역시 한은의 회사채 직접 매입 가능성에 대해 "정부가 지급 보증을 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다른 한은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에 대한 위기 의식이 높아지면서 일부 여당 의원들이 한은법 개정을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 공식적으로 요청이 온 것은 없다"고 전했다.
현재로써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방식이 우회책이 될 수 있다. 미 연준은 정부가 출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V)에 대출을 통해 자금을 제공하면 여기서 회사채·CP를 매입하는 방식을 운용하고 있다. 정부 출자금이 손실을 떠안는 구조여서 사실상 정부의 보증이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재무부가 SPV에 4540억달러를 이용해 신용보증 또는 자본투자를 제공하면 연준은 이를 통해 9배 상당의 자금을 SPV에 대출해준다는 점이 요지다.
연준법 긴급대출법(13조 3항)에 따라 납세자의 손실을 보호하는 가운데 실시하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손실 보증 하에 영리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나 회사채 매입이 가능하다.
한은 내에서는 중앙은행의 입지를 고려할 때 직접 매입보다 연준 방식이 선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이 직접 매입을 시행했다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자체적 평판 리스크를 무릅써야 하는 것은 물론 국가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민의 손실을 안아가면서 대응한건 쉽지 않다. 정부에서 손실위험을 보증하게 되면 중앙은행이 대응하기 용이해진다"고 전했다.
또한 회사채 직접 매입은 특혜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주 "법에서 정한 권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은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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