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검찰이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에게 상습적으로 '갑질'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진가 이명희(71)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권성수 부장판사)는 7일 상습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피고인이 자신의 지배하에 있던 사람들을 수회에 걸쳐 폭행한 사건"이라며 "피고인은 본인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피해자들은 자신의 생계 때문에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폭행당한 전형적인 '갑을관계'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면서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들에 폭행한 이유 또한 청소를 제대로 못한다거나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운전기사와 경비원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상습 폭행한 혐의를 받는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3.24 pangbin@newspim.com |
이 전 이사장은 최후진술에서 "이 모든 일은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일어났다. 많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상처가 심하진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미숙한 행동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해 4월 8일 사망한 남편 고(故) 조양호 회장의 1주기와 최근 대한항공이 처한 상황 등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2018년 4월 조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살아있어도 사는 게 아니었고 남편이 죽은 후로는 잠도 못자고 빨리 죽어버리고 싶다는 나쁜 생각까지 했다"면서 "지난주 일요일 영종도에 갔더니 저희 항공사 비행기의 92%가 모여 있어서 호수 같아보였다. 저희 아이들도 전전긍긍하고 있고 저도 또 다른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제 남은 생애 동안 아이들을 아우르고 반성하면서 좋은 일하며 살겠다. 많이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변호인도 "피고인이 어릴 때부터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었다"며 "대학 졸업 후 결혼해서 집안 맏이로 여러 경조사와 제사 등을 주도하면서 피고인도 모르는 사이에 심신이 많이 지쳐있다보니 분노를 억압하지 못하고 폭발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사건 공소사실도 맞지만, 개인적인 성향과 공소사실에 없는 여러 사정들도 살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 전 이사장에 대한 선고는 오는 5월 6일 열린다.
앞서 이 전 이사장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 직원 9명에게 22차례 폭언을 퍼붓고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의 경비가 허술하다며 경비원들에게 전지가위를 던지거나 구기동 도로에서 운전기사가 물건을 싣지 않았다며 다리를 걷어차는 등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이사장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직원들에게 던졌다는 전지가위나 밀대, 화분 등을 흉기로 볼 수 있는지, 이러한 행위를 상해죄나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한편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 국적의 가사도우미를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속여 불법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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