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배달의민족(배민)에 대한 비난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진정성 논란만 커지며 불신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문제가 된 정률제 수수료를 고수하는데다 기업 결합 심의를 앞둔 시기라 위기 모면을 위한 사과란 비난이 나오고 있어서다.
배달앱 요금제 현황. 2020.04.07 hj0308@newspim.com |
◆수수료 개편한다면서 정률제 고수..."정액제는 이상한 방식?"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새 요금체계인 '오픈리스트' 정률제 수수료 방식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박태희 배달의민족 상무는 라디오 프로그램 두 곳에 각각 출연해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상무는 "오픈서비스가 이미 4월 1일에 시행됐고 14만 입점 업소 중 10만 곳이 가입된 상태로 이를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주요 플랫폼 업체들의 기본요금제는 다 수수료 기반이고 월정액 광고료는 모델은 이상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요금제인 '울트라콜'(정액제)가 이른바 '깃발 꽂기' 논란을 불러온 만큼 출혈경쟁 폐해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
배민은 2015년 당시 입찰 광고 상품 출시로 과당경쟁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월정액 광고상품인 '울트라콜'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결국 이 또한 입점 업체 간 출혈경쟁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 같은 울트라콜 폐해 역시 배민의 책임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는게 입점 업체들의 주장이다. 울트라콜 출혈경쟁 논란 이전에 배민이 나서 가입 개수를 제한했다면 이를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배민은 이달 새 요금체계에서 오픈서비스 도입과 함께 울트라콜 가입 개수를 3개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 |
◆사과 아닌 사과..."정률제 보단 코로나19 탓"
배민은 줄곧 '세계 최저 수수료'를 강조하며 정률제 요금제인 '오픈리스트' 문제가 아닌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상무는 "작년에 12월 초 제도 시행 예고 당시에는 거의 반발이 없었다"면서 "이번에 이렇게 불만이 있는 건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이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픈리스트 발표 당시인 작년 12월부터 이 같은 논란은 이미 예고됐다. 소상공인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상 카페나 SNS에선 이미 오픈서비스 수수료에 대한 질문과 불만 글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문래동에서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한 배민 입점업주는 "수수료에 따라 손익에 막대한 피해를 입는 영세업체 입장에선 고심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며 "배민 입점업체들의 반발을 수수료가 아닌 다른 영업 환경 탓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배민의 주장하는 '최저 수수료인 5.8%' 에는 카드수수료및 결제망이용로, 부가세가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업소에서 지급하는 수수료는 '플랫폼 수수료 5.8%'에 부가세를 더한 '6.38%'다. 여기에 연매출과 외부결제망을 이용하는지 여부에 따라 수수료가 추가로 붙는다.
예컨대 오픈서비스에 가입한 업소가 선결제 주문을 받는다면 플랫폼 수수료 6.38%(부가세포함)와 외부결제 수수료 3.3%가 더해져 총 9.68%가 적용된다. 치킨 한 마리(2만원)를 판매한 A업소는 배달의민족에 수수료로 1936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배민에만 지급하는 것으로 배송대행료는 별도 업체에 지불해야한다.
배민의 불투명한 대안 제시도 진정성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앞서 김 대표는 사과문에서 "오픈서비스 요금제에서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업체와 줄어드는 업체 간 비율은 거의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비용 부담 액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박 상무는 "데이터가 쌓이면 언젠가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개선책 발표 시점과 내용에 대해선 "너무 성급한 질문이며 모든 걸 열어놓고 강구할 것"이라면서도 "정률제가 가장 합리적인 모델"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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