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뉴스핌] 황선중 기자 = 4·15 총선 충남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공주시·부여군·청양군에서는 정진석 미래통합당 후보가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5선 의원의 고지에 도전하려는 반면,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보수 진영 후보가 양분된 점을 발판으로 지역구를 탈환하려고 애쓰는 상황이 급박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 지역은 애초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이번 총선에선 보수 진영 후보가 양분돼 삼파전 체제로 흘러가는 만큼 선거 판세는 오리무중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19로 선거 운동이 조심스러운 상황에서도 충남 정중앙에 자리한 이곳의 선거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부여=뉴스핌] 황선중 기자 =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역 주민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0.04.07 sunjay@newspim.com |
◆ 공주는 진보 성향, 부여·청양은 보수 성향 강해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은 충청권에서 보수의 '본산'으로 통하는 지역이다. 충청의 '거목'이라 불렸던 고 김종필(JP) 전 총리의 정치적 기반이 바로 부여군이다. 9선 의원인 김 전 총리는 부여군에서만 여섯 차례 금배지를 달았다. JP 이후에도 심대평 전 충남지사, 이완구 전 총리 등 걸출한 보수 인사들이 지역을 지켜왔다.
20대 총선 이전까지는 충남 공주시와 부여군·청양군 선거구가 나뉘어 있었지만 20대 총선부터 하나로 통합됐다. 일반적으로 공주시는 도심 지역인 만큼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경향이 짙고, 부여군·청양군은 반대로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
선거 결과를 들여다보면 지역 색채가 더 또렷이 드러난다. 20대 총선에서는 정진석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48.1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박수현(44.95%)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3.17%p 차로 꺾었다. 다만 공주시에서는 박 후보가 모든 동에서 앞섰고, 부여군·청양군에서는 정 후보가 모든 읍과 면에서 앞섰다.
◆ 박수현 vs 정진석 '4년 만의 리턴매치'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20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박수현 민주당 후보와 정진석 미래통합당 후보가 또 다시 맞붙는다. 4년 만의 리턴매치인 셈. 4년 동안 박 후보는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하며, 정 후보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을 역임하며 각자 정치적 위상을 높였다. 이곳이 충남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이유다.
박 후보는 문재인 정권과 정치적 호흡을 함께 맞출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정 후보는 4선 의원이라는 정치적 무게감을 앞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권을 두고도 두 후보는 각각 다른 입장이다. 박 후보는 정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 후보는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4일 해당 선거구 주민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 응답률 11.2%,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 후보는 43.8%, 정 후보 37.6%로 각각 집계됐다.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사실상 박빙이다.
[부여=뉴스핌] 황선중 기자 = 정진석 미래통합당 후보가 지역주민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04.07 sunjay@newspim.com |
◆ 선거구도 '삼파전'...보수표 양분 가능성
다만 선거구도가 삼파전 양상으로 흘러간다는 점은 변수다. 김근태 전 통합당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이후 무소속 출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두 후보와 진보 진영 한 후보의 싸움으로 선거 판세가 흘러갈 전망이다. 정 후보와 김 후보는 그간 보수 단일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김 후보가 부여군 출신인 만큼 삼파전 구도가 총선에 미칠 영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보수 성향이 강한 부여군의 표가 양분된다면 정 후보에겐 더욱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황교안 대표까지 나서며 김 후보에게 무소속 출마 철회를 요구했으나 끝내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총선 당일까지 시간이 다소 남은 만큼 보수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다만 6일부터 총선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된 만큼 이제부터는 단일화를 해도 그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일화를 해도 사퇴한 후보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그대로 적혀 나오기 때문이다.
◆ 밑바닥 민심 '안갯속'...총선 당일까지 지켜봐야
지역 민심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2018년 지방선거 때 공주시장뿐 아니라 부여군수와 청양군수 자리도 모두 민주당이 석권했을 정도다. 그러나 충청은 선거마다 권력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지역인 만큼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밑바닥 민심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정치권에서 충청권 민심은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하듯, 7일 청양군과 부여군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은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좀처럼 속내를 털어놓지 않았다.
부여군 홍산시장 앞에서 만난 최철호(75) 씨는 "아무래도 충청권은 노인 층은 보수 후보를, 젊은 층은 진보 후보를 꼽을 것"이라면서도 "나는 아직까지 누구에게 투표할지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날까지 잘 고민해보다가 마음에 드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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