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0-04-10 11:00
[서울=뉴스핌] 홍승훈 선임기자 = 등산을 하다보면 힘든 고비가 오기 마련입니다. '깔딱 고개'를 만나면 쉬었다 가는 게 맞습니다. 평소 체력관리를 해두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 그래야지요. '내리막'이 나왔다고 긴장을 풀어서도 안됩니다. 낙상 사고는 대부분 내리막 길에서 일어나거든요.
'빈집 털이' '물 반 고기 반' 요즘 주식시장을 두고 이런 말까지 나옵니다. 1400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불과 2주만에 1800선을 회복했습니다. 직전 고점의 절반 가량을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420선까지 급락했던 코스닥도 600선을 되찾았지요. 엄청난 복원력입니다. 미국의 다우나 나스닥지수도 폭락후 급반등의 묘미를 즐기는 중입니다.
국내 증시 역시 '수급'은 건국이래 최강입니다. 3월 한달 늘어난 고객예탁금이 무려 17조원. 지난 주 예탁금 잔고는 47조6670억원을 찍고 8일 현재 44조원 수준입니다. 고객예탁금은 주식 대기자금입니다. 총알이 든든해진 셈이지요. 혹시 대출이나 신용을 쓴 부실 자금이냐구요? 아닙니다. 신용잔고는 최근 10년래 최저입니다. 평소 10조원 안팎이던 신용잔고는 3월말 6조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7조원 초반 수준입니다.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선 하반기 액티브펀드에 대한 자금유입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칩니다. 정부의 부동산 옥죄기에 대규모 자금이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넘어왔던 2006년~2007년 상황이 재현될 것이란 기대감도 흘러나옵니다. 증권시장 안정펀드도 어제부터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으니 최소한 수급 측면에선 그 어느때보다 낙관적인 게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위험구간일 수 있습니다. 긴장이 풀리는 '내리막'구간입니다.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그 어느 것도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최악의 상황인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찍지도 않았구요. 기업들의 실적 후폭풍이 어느 수준일지,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불허입니다. 최근 미국의 벤 버냉키 전 연준(Fed) 의장은 경제 회복에 최소 1~2년은 걸릴 것이라면서 'V'자 반등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단기에 극복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지요. 버냉키는 불과 2주전 V자 회복론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역시 "백신 없이는 드라마틱한 회복이 불가하다"고 단언합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치료에 효과적인 백신은 내년 9월경 출시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진정에 가장 기대감을 갖게 하는 미국의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중인 치료제 '렘데시비르' 역시 아직 확신 단계는 아닙니다.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던 약물이 과연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을 지 여부는 4월말이 돼야 알 수 있습니다.
역발상 투자로 코로나 1라운드에서 승리한 분들이 계실텐데요. 자칫 여기에 취해 자금을 더 밀어넣기엔 현 지수대는 부담입니다. 폭락 초기 들어온 큰 손들의 자금, 스마트 머니의 상당량은 이미 빠져나갔다는 전언도 요즘들어 자주 들립니다. 증안펀드 역시 어제부터 자금을 쏘기 시작했지만 최초 1조원 외에 나머지 9조원은 코스피 1300, 1400, 1500선에 각각 들어올 계획을 세워뒀다고 합니다. 추가 급락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깁니다. 증권가에선 벌써부터 차기 주도주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금은 투자보단 투자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 타이밍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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