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식·음료업계가 매출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의 일환으로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나섰다. 일부 업계 대표 브랜드들이 주도하는 이 같은 가격 인상 움직임은 매출 부진에 허덕이는 동종 업체들의 동반 가격 인상과 물가상승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인상 움직임에 소비자들은 "보복적 소비는 시작도 안됐는데, 보복적 가격 인상이라니…"라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보복적(보복성)'이란 외부적 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 또는 가격인상의 욕구가 보상심리 차원에서 단기간 내 분출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업계의 절박한 상황은 이해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이 아직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취해진 가격 인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비쿠폰' 발행을 앞세운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소비 진작 정책 덕에 겨우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는 소비 시장에 이 같은 업계의 움직임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 = 바이두] 배상희 기자 = 중국 대표 차(茶) 음료 프랜차이즈 업체 헤이티(喜茶)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음료 가격을 2위안씩 인상했다. |
◆ 음료 브랜드 가격인상 랠리, 버블티 '30위안 시대' 도래하나
"시차 치즈폼 포도 스무디가 30위안(약 5200원)으로 올랐네. 차라리 13위안에 아메리카노 사먹는 게 낫겠다." , "30위안이라니. 잘됐어. 이제 여기에 돈 쓸 일은 없겠군…"
중국 대표 차(茶) 음료 프랜차이즈 업체 헤이티(HEY TEA·喜茶)가 돌연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일고 있다.
최근 헤이티는 자사가 판매하는 일부 인기 음료를 지난해 9월 대비 2위안(약 345원)씩 인상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4분기에 출시된 두유버블티(豆豆波波茶,두유와 아삼홍차로 만든 음료에 콩가루와 타피오카펄을 얹힌 음료)의 가격은 기존의 25위안에서 27위안으로 올랐고, 밀크버블티(奶茶波波冰), 타로버블티(爆芋泥波波冰), 치즈폼 포도 스무디(多肉葡萄) 등의 인기 음료 또한 각각 27위안, 25위안, 30위안으로 2위안씩 인상됐다.
이와 관련해 헤이티 관계자는 "바이러스 사태 후 일부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부득이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난 1월부터 홈페이지에 이 같은 입장을 공지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여론 조사 결과 50%에 해당하는 소비자는 가격 인상 폭이 2위안 정도이다 보니, 헤이티 음료의 가격이 올랐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매출조작으로 파문을 일으킨 중국 대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루이싱(瑞幸·Luckin)커피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절정을 이뤘던 지난 2월 전 제품 인상에 나섰다.
루이싱커피의 차음료 브랜드인 샤오루차(小鹿茶·Luckin Tea) 계열의 인기 제품인 복숭아 치즈폼 루비차(桃桃芝士紅寶石茶)는 기존의 27위안에서 28위안으로 인상됐고, 다른 커피류 또한 1위안씩 인상됐다.
저가형 음료 프랜차이즈 업체 CoCo밀크티(CoCo奶茶)도 가격인상 흐름에 일찌감치 편승, 일부 제품 가격을 1~3위안 인상했다. 업체 대표 음료인 밀크티 삼형제(奶茶三兄弟) 가격은 기존의 11위안(스몰 사이즈)과 13위안(라지 사이즈)에서 12위안과 15위안으로 올랐다.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2020.04.10 pxx17@newspim.com |
전문가들은 음료의 가격 상승폭이 1~2위안 정도인 만큼, 해당 음료를 찾는 단골 고객의 소비 의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 대표 음식배달 서비스 업체 어러머(ELE.ME·餓了么)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업무 복귀 첫날인 2월 10일부터 3월 22일까지 전국에서의 밀크티 주문량은 업무 복귀 전과 비교해 4배나 뛴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음식배달 업체인 메이퇀(美團)이 내놓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6일까지 상하이 지역에서의 밀크티 주문량은 전월 대비 50%나 급등했다.
다만, 음료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격 인상 랠리는 향후 중국 프랜차이즈가 출시하는 음료 가격의 '30위안 시대' 진입을 유도할 것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30위안 이상 가격의 신제품 출시를 유도해 동종 음료 브랜드 제품의 평균 가격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微博) 이용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30위안(약 5200원)이 넘는 밀크티를 구입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5만3000명에 달하는 응답자 중 60.38%가 "구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응답자는 "모르겠다. 하지만, 기존보다 적게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창사 신화사 = 뉴스핌 특약] 배상희 기자 = 중국 대표 훠궈 프랜차이즈 업체 '하이디라오(海底撈)' 창사 지점에서 한 직원이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손님의 손에 소독약을 뿌려주고 있다. |
◆ 요식업계 가격 대폭 인상, 식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고육책
이 같은 가격 인상 움직임은 음식점 프랜차이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음식점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격 인상폭이 음료 브랜드에 비해 훨씬 큰 만큼, 소비자들의 논란도 더욱 거세다.
중국 대표 훠궈(火鍋·중국식 샤부샤부) 프랜차이즈 업체 '하이디라오(海底撈)'는 코로나19 사태 후 업무 복귀와 함께 일부 메뉴의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평소 하이디라오를 자주 찾는다는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단골 고객은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하이디라오가 업무를 개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면서 "하지만, 너무 오른 가격에 순간 멍해지는 기분을 느꼈다"는 내용을 글을 게시했다.
이 이용자에 따르면 "선지 반 접시가 23위안으로, 감자 반 접시가 13위안으로, 셀프 소스바(bar) 이용료가 10위안으로, 공기밥 한 공기가 7위안으로 올랐다"면서 "과거 두 사람이 먹어도 200위안이면 충분했었는데, 지금은 344위안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가격 인상폭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하이디라오 측은 "식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조치라면서, 가격 인상폭은 6% 안에서 조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음식점 시베이유멘춘(西貝蓧面村)도 가격 인상에 나섰으나, 하이디라오 가격 인상폭에 비하면 매우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현지 소비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어 어떻게든 매출을 올리려는 업계 속사정은 이해하지만, 나라 경기도 안 좋은 마당에 이렇게 가격을 올리면 누가 사먹겠는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요식업계가 받은 타격은 매우 컸다.
국가통계국에 다르면 올해 1~2월 요식업계 수익은 전년동기대비 43.1% 하락했다. 또, 중국 프랜차이즈경영협회가 3월 발표한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프랜차이즈 요식업계에 미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요식업계 기업 중 70%에 해당하는 기업은 수익이 70% 이상 떨어질 것으로, 16%의 기업은 거의 수익이 제로일 것으로 예측했다.
요식업계의 음식 가격 인상 움직임은 식재료 원가 상승에 따라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동월대비 4.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3월 CPI 상승폭은 2월의 5.2%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1월 중국 CPI 상승률은 5.4%로 2011년 10월(5.5%) 이래 8년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1분기 CPI 상승률은 4.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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