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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싱 파문 중국 커피 시장 판도 변화, '중국판 카누' 시장 열린다

기사등록 : 2020-04-1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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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시장 점유율 인스턴트 84%, 원두 16%
고급 원두커피 시장 성장성 한계 드러내
인스턴트커피 수요 재증가, 급화 추세 뚜렷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스타벅스의 '대항마'로 불리며 중국 원두커피 시장의 '토종 강자'로 부상했던 루이싱이커피(瑞幸咖啡)의 매출 조작 파문이 중국 커피 시장 판도 변화에 미칠 변화에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커피산업 전문가들은 루이싱커피 사태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중국 원두커피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고, 인스턴트 커피 시장이 다시 확장기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원두커피 시장 저변 확대로 고급화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고급형 인스턴트' 커피가 향후 커피 시장의 새로운 주류 상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매출 조작' 루이싱, 중국 고급 원두커피 시장 한계 드러내 

루이싱커피 로고

루이싱커피의 매출 조작 스캔들은 중국 원두커피 시장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양 등 커피 산업이 성숙한 시장과 비교해 중국인의 커피 소비량이 적다는 점은 그간 중국 커피 시장의 잠재 성장성을 대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중국인의 커피 소비가 과거에 비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중국 컨설팅 기관이 발표한 '2017~2021년 중국 커피산업 투자분석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연간 커피 소비량 증가율은 15~20% 수준이다. 

그러나 루이싱커피가 기대했던 것처럼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후 수익을 낼 정도의 성장 속도는 아니라는 것이 이번 사태로 드러난 사실이다. 특히 고급 원두커피 시장 점유율 확대가 예상보다 더딘 것이 중국 커피 시장의 특징이다. 

중국에서 고급 원두커피 수요 증가 속도가 예상외로 낮은 것은 △ 중국인의 커피 소비 습관 △ 차 등 대체 음료 발달 △ '가성비' 높은 저렴한 원두커피 증가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커피가 기호 식품으로 수요가 높은 미국,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기능성 음료'의 성격이 짙다. 중국에서는 차(茶) 음료가 오히려 커피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중국 스타벅스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커피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커피가 차(茶)처럼 보편적인 음료로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라고 설명했다. 

루이싱 커피의 비리를 고발한 공매도 전문 투자기관  머디 워터스 리서치(Muddy Waters Research)는 루이싱이  창업 당시 중국인이 즐기는 '기능성' 핵심 음료를 커피로 설정한 것부터 판단 착오였다고 지적했다. 중국인의 하루 평균 카페인 섭취량 86mg이 커피 시장이 발달한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전략을 세웠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인의 1일 섭취 카페인의 95%가 차(茶) 음료에서 비롯되며, 비록 커피 시장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현재까지 기능성 음료 상품으로 커피 비중은 매우 적다고 이 기관은 분석했다.  

가성비가 뛰어난 편의점 커피, 캔·병 포장 원두커피 출시, 인스턴트 드립커피 등 비교적 가격이 높은 고급 원두커피를 대체할 커피 제품도 다양하다. 

스타벅스에서 일했던 중국인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것은 커피 자체를 즐긴다기보다는 고급스러운 문화를 추구한다는 측면이 강하다"라며 "이러한 의미에서 커피는 반드시 소비가 이뤄져야 하는 생활 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이 될 수 있고, 이는 경기에 따라 매출 변동성이 클 수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 '고급형 인스턴트' 커피 전성시대 예고 

중국 커피 산업 전문가들은 '루이싱 스캔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중국 커피 시장 판도 변화를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위기 좋은 매장에서의 비싼 커피 한 잔 보다 가성비 좋은 커피로의 수요 전환이 빨라질 수 있다는 것.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난 것도 시장 분위기 변화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커피 수요 변화를 만족할 수 있는 제품으로 '고급 인스턴트커피'가 떠오르고 있다. 설탕과 식물성 크림이 첨가된 전통 인스턴트커피가 아닌, 원두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인스턴트커피의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동서식품이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개념으로 제시한 '카누'가 인스턴트커피 시장의 고급화를 앞당긴 것처럼 중국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인스턴트 커피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분말 형태부터 물을 첨가해 희석하는 액상, 뜨거운 물로 직접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드롭커피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커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싼둔반(三頓半)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색상의 작고 귀여운 플라스틱 통에 담긴 액상 인스턴트 커피가 주력 제품이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싼둔반 커피 소비 '인증'이 폭발적으로 늘고, 주문량도 급증하고 있다. 간편하게 드롭 커피 제조가 가능한 추이스(萃時), 세련된 포장의 분말 인스턴트 커피 워어우(沃歐) 등이 중국의 젊은 커피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인스턴트커피 브랜드들은 2018~2020년 사이 설립된 신생기업이지만 중국 대형 자본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중국 커피 시장에서 인스턴트커피의 입지는 절대적이다. 중국 전체 커피 시장에서 인스턴트커피의 점유율은 84%에 달한다. 커피전문점에서 취급하는 원두커피 시장 점유율은 16%에 불과하다. 커피 산업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통상 원두커피의 시장 점유율이 87%에 달한다. 

 js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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