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회사채를 담보로 증권,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직접 대출을 시행키로 했다.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을 규정한 한은법 80조가 발동되는건 외환위기에 이어 역대 두번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임시회의를 개최해 일반기업, 은행,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이 크게 어려워질것에 대비해 안전장치로써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2020.04.09 hyung13@newspim.com |
대상기관은 한은법 64조에 근거한 국내은행 16개 및 외은지점 23개다.
비은행금융기관은 한은법 80조에 근거해 정해졌다. 증권사는 한국은행 증권단순매매 대상기관·RP매매 대상기관·국채전문 딜러 중 어느 하나라도 포함되는 증권사 15개와 한국증권금융이다. 보험사는 한국은행과 당좌거래 약정을 체결하고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보험사 6개다.
대출담보는 일반기업이 발행한 잔존만기 5년이내 'AA-' 등급 이상 회사채다. 후순위채, 전환사채·교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자회사 및 계열관계에 있는 회사가 발행하여 상호연계위험이 있는 회사채는 제외된다.
대출기간은 6개월 이내로 제한된다. 총 대출한도는 10조원으로 개별 기관별 한도는 자기자본 25%이내다. 제도는 다음달 4일부터 8월 4일까지다.
대출금리는 통안증권182일물 금리에 0.85%p를 가산하며, 14일 기준 1.54% 수준이다. 대출금리에 대해서 한은은 "금융안정특별대출의 최장만기를 감안해 통안증권 금리로 정했다"며 "가산 스프레드는 과거 금융시장 악화당시를 고려해 85bp(1bp=0.01%p)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신설된 대출제도는 적격 회사채를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한은으로부터 언제든 차입이 가능한 대기성 여신제도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은은 "이번 조치를 통해 회사채를 담보로 증권사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금수요에 따라 일정금리로 즉시 대출해줌으로써 회사채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금융기관의 자금수급사정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은법 80조가 가동된건 이번이 역사상 두번째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증권금융(2조원), 신용관리기금(1조원)에 대한 대출 사례가 유일하다. 당시에도 한은은 증권사에 직접 대출을 해준 것이 아니라 양 기관을 거쳐 유동성을 간접적으로 보충했다.
80조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경우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을 허용토록 한다. 80조가 발동될 만큼 중대한 상황인지에 대해 한은은 "향후 금융시장의 전개 방향을 예단할 수 없는 만큼 비상상황 발생가능성에 대비해 안전장치로 제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번 증권사 대상 대출이 매우 예외적 조치"라며 엄격한 사후관리할 계획이다. 한은은 대출제도를 활용할 경우 경영상황 및 자산건전성 파악을 위해 자료제출을 요구할 예정이다. 아울러, 재무상태가 악화될 경우 대출거래 한도 감축, 거래자격 정지 또는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한편, 우량 회사채로 한정돼 지원효과가 제약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은은 중앙은행으로서의 손실방지 역할을 강조했다. 한은은 "종국적으로 납세자인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중앙은행의 손실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CP시장과 비우량 회사채 시장은 당국의 P-CBO 발행과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등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이번 대출제도에 대해 회사채 시장 안정과 금융시장 불안 완화에 기여하는 '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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