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스크린골프 업체가 실제 골프장 코스를 그대로 재현해 화면에 사용했어도 골프장이 실제 설계자라고 인정되지 않는 이상 저작권을 침해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몽베르·인천국제·대구 컨트리클럽(CC) 등 골프장 3곳 소유주들이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회사는 인천국제 컨트리클럽에 3000만원을, 몽베르 컨트리클럽에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이는 총 65억원 상당의 원고 측 청구금액 중 5%에 해당하는 액수로, 사실상 원고가 패소한 결과이다. 대법은 대구 컨트리클럽의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우선 "각 골프장의 골프코스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된 것으로 창작성도 갖추고 있다"며 "저작권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 저작자는 골프코스를 조성한 건축주가 아니라 설계자라고 봐야 한다"며 "원고들이 각 골프코스의 설계자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이 각 골프장의 골프코스에 관한 저작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 회사가 저작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은 골프존의 배상 책임을 저작재산권 침해가 아닌 민법상 불법행위 또는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여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 회사는 경쟁 관계에 있는 각 원고가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만든 골프코스 이미지를 이용해 시뮬레이션용 3D 영상을 제작했다"며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함으로써 원고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구 컨트리클럽에 대해선 기술협약 체결이 해지되지 않아 해당 골프코스의 이미지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법원에 따르면 골프존은 2008년 이들 골프장을 항공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골프장을 재현한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해 스크린골프장 운영업체에 제공했다. 이에 해당 골프장들은 골프존 측이 동의 없이 골프코스 저작물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2014년 5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골프존이 골프장들에 대한 저작재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골프존의 영업이익 중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점, 자체적인 차별화 서비스를 제공한 점, 저작물을 이용해 얻은 이득액을 산출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총 14억원 상당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2심은 저작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1심 판결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해 주문을 변경하고 원고 측 청구를 대부분 기각했다.
상고심도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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