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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공룡 실적내용 들여다보니…이베이 '실속' vs 쿠팡 '외형'

기사등록 : 2020-04-2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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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공룡' 쿠팡·이베이, 연이은 실적 공개..."둘다 사상 최대"
이베이 '수수료' vs 쿠팡 '매입매출'...실적 발표 기준 제각각 '착시효과'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의 양대산맥인 이베이코리아와 쿠팡이 지난주 차례대로 실적을 공개하면서 그 배경과 실적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G마켓과 옥션·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15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판매 수수료만 기준으로 한 매출도 1조원을 넘어섰다. 오픈마켓 형태로는 유일하다. 쿠팡은 사상 처음으로 매출 7조원을 돌파하며 대형마트인 롯데마트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이러한 실적 이면에는 이들 기업의 '경영 노선'이 자리한다. 이베이는 매각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실속 경영'을,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 실현을 위한 외형 성장 중심의 '승자독식형 경영전략'을 구사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베이코리아, 쿠팡 CI 2020.04.20 nrd8120@newspim.com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베이, 연이은 실적 공개..."둘다 사상 최대"

쿠팡과 이베이코리아(이베이)가 지난주 잇따라 실적을 공개했는데, "사상 최대 규모"라고 자화자찬한 점이 눈에 띈다.

이베이에 앞서 지난 14일 먼저 실적을 발표한 쿠팡은 매출이 전년 대비 64.2% 늘어난 7조153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적자는 7205억원으로 재작년보다 36.1%에 해당하는 4075억원이나 줄었다.

이베이도 쿠팡 발표 사흘 뒤인 지난 17일 실적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베이는 해당 자료에서 지난해 매출이 1조954억원, 영업이익은 615억원을 기록해 매출과 수익성 둘다 잡았다고 자평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 영업이익은 27% 늘어난 수준이다.

단순히 매출 숫자로만 따져보면 쿠팡이 이베이를 훨씬 뛰어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서로 자사에게 유리한 기준을 토대로 실적을 내놓으면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쿠팡은 일반적으로 기업 매출을 낼 때 통용되는 '매입매출' 방식으로 산정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입매출 방식은 물품을 매입하면 매출로 잡는 형태를 말한다. 반면 이베이는 입점 업체들이 지불하는 수수료로 산출해 오픈마켓 형태로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들 회사가 갖는 사업구조에서 기인한다. 쿠팡은 로켓배송에 따른 직매입 비중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오픈마켓의 수수료 비중은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유안타증권은 쿠팡의 지난해 오픈마켓 수수료가 1조730억원으로 총매출액 대비 약 15%로 예측했다. 1년 전인 재작년의 오픈마켓 수수료 비중은 12%로 예상되는데,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쿠팡의 오픈마켓 비중이 3% 높아진 것이다.

이베이는 매출매입 기준보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중개 판매업체이기 때문에 판매 수수료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게 더 유리하다.

이러한 계산이 깔린 실적 발표는 이들 회사의 향후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쿠팡은 지난해 적자가 대폭 개선이 되긴 했지만 아직 흑자로 이어질지를 장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2014년부터 누적 적자만 3조7000억원에 달한다.

공격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가며 덩치를 키운 만큼 신규 투자처 확보를 위한 나스닥 상장 추진을 위해 사상 최대 실적을 강조했다는 시각이다.

현재 쿠팡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회장의 잇따른 투자 실패로 자금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내년에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제기된 이유다. 새로운 투자처 확보로 1위만 살아남는 승자독식형 경영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이베이코리아와 쿠팡 실적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및 각사] 2020.04.20 nrd8120@newspim.com

이베이 유한책임회사 전환에도 실적 공개한 까닭은?

이베이는 지난해 12월말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해 실적·배당금 등에 대한 공시 의무가 없는데도 실적을 깜짝 발표해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업계에서는 이베이가 대형마트를 능가하는 매출을 기록한 쿠팡을 견제하면서도 이커머스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하려는 복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을 비롯해 티몬·위메프는 현재 오픈마켓 비중을 높이고 있는데 이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소셜커머스 3인방이 오픈마켓 사업 확대에 나선 것은 직매입이 고비용 사업구조를 띠고 있는 탓이다. 직매입은 상품 구매비용부터 물건을 다 팔지 못할 경우 폐기 비용까지 회사가 책임져야 해 부담이 크다. 오픈마켓으로 전환하면 상품 구매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쿠팡이 지난해 직매입(로켓배송) 규모는 7119억원으로, 5년 전(303억원)보다 20배 넘게 증가했다.

이 밖에도 이베이가 매각설 등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실적을 공개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몸값은 5조원대로 롯데, 알리바바 등이 참여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는 매각설에, 쿠팡은 자금난을 겪고 있어 나스닥 상장 추진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라며 "서로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기 위해 쿠팡은 7조, 이베이는 오픈마켓 강자라는 점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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