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업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마련한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이 바닥날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신청 사업장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다, 지원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초부터 4월 20일까지 '고용유지조치계획'을 신고한 사업장은 5만2453곳에 이른다. 지난달부터 하루 평균 1000곳 이상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20일 하루 동안에도 1383개 사업장이 계획서를 제출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10인 미만이 4만1239곳(약 78.6%)으로 가장 많고, 10~30인 미만 8302곳, 30~100인 미만 2259곳, 100~299인 507곳, 300인 이상 146곳 등이다.
◆ 정부, 고용유지 사업장 급증에 '당황'…예산 부족 고심
현재까지 고용유지조치계획 신고 사업장은 지난해 1514곳에 비해 34배를 넘는 규모다. 정부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반응이지만, 신고 사업장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대해서는 적잖이 당황하는 모양새다. 더군다나 집행 가능한 예산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초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으로 351억원을 책정했다. 이 마저도 지난해 예산(719억원)에서 절반 이상이 깎였다. 지원금 일부가 불용됐다는 이유에서다.
[자료=고용노동부] 2020.04.21 jsh@newspim.com |
정부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관련 예산을 1000억원까지 늘려 사태 진전에 나섰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더욱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소상공인·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더욱 심각해져 갔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초 고용보험기금 운용계획을 변경해 지원금 규모를 5배 많은 5000억원까지 늘렸다. 고용보험기금 적자 우려에도 특단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정부는 관련 예산을 5000억원까지 늘리면 최대 30만명까지 지원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인원이 이미 40만명을 넘어섰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3월까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인원은 약 43만명이다. 3월 31일 기준 고용유지조치계획 신고 사업장이 2만6756곳인 점을 감안하면 사업장 1곳당 16명이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되는 셈이다. 현 상태가 지속되면 올 상반기까지 최소 수십만명 이상이 지원금을 추가적으로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고용유지지원금 1일 평균 지원금액 4만2469원을 기준으로 3월까지 신청 인원 약 43만명에게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1일 지급액은 약 183억원이다. 이를 한달(30일 기준)로 환산하면 약 5478억원으로 이미 정부 예산을 훌쩍 뛰어넘는다. 신청인원이 지금보다 두배 가량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최소 1조원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장지연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 보고서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을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렸지만 향후 고용위기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추경 예산에 포함해 더 크게 늘려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지원금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업계 요구가 있어 이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대신 지원금 전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보다는 기업에게 일부 부담금을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귀띔했다.
◆ 추경으로 재원 확보 한계…고용보험기금 투입 '초읽기'
문제는 재원조달 방법이다. 몇 년째 적자인 고용보험기금을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추경 예산을 또 다시 편성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고용부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 누적 적립금은 2017년말 10조136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9조3531억원, 2019년에는 7조8301억원까지 낮아졌다. 더욱이 고용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실업급여 지급기간 확대도 논의되고 있어 기금 안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매출액, 생산량, 감소 등 경영난 속에서 직원 감원 대신 휴직이나 일시 휴업 등(1개월 단위)을 이용해 계속 고용을 유지하는 사업장에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고용유지조치계획을 신고한 사업장에서 휴업·휴직 수당을 선제적으로 지급한 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면 된다.
[자료=고용노동부] 2020.04.21 jsh@newspim.com |
이후 정부는 신청서 확인을 거쳐 사업주가 휴업·휴직 기간에 대해 근로자에게 지급한 휴업·휴직 수당의 최대 75% 한도(대규모기업은 약 67%)로 지원한다. 근로자 1명당 1일 6만6000원 한도(월 198만원 한도)로, 연간 최대 180일까지 제공한다.
이달부터는 고용유지지원금 사업 개편(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급 비율을 휴업·휴직수당의 최대 90%까지 인상하고 4~6월 3개월간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실제 휴업·휴직을 시행하고, 휴업·휴직수당을 지급한 사업주에게 오는 5월부터 지원급을 지급한다.
지원은 업종 등에 관계없이 해당 기간 고용유지조치계획에 따라 고용유지 조치를 취한 고용보험 가입 우선지원대상에 먼저 이뤄진다. 대기업 지원수준(최대 67%)과 1인 상한액(6만6000원)은 동일하다.
다만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전제조건으로 사업주는 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라 휴업 시 근로자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지원요건은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코로나19의 피해 사실이 있거나 매출액·생산량 등이 15% 이상 감소된 경우) ▲근로자 대표와 휴업·휴직을 협의한 경우 ▲총 근로시간을 20% 이상 단축(휴업) 또는 1개월 이상 휴직한 경우 등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우선 내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하겠지만 필요시 기금을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