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현대백화점이 대치동에 새둥지를 틀었다. 기존 압구정동 내 금강쇼핑센터를 본사로 사용한 지 40년 만의 일이다.
현대백화점이 '압구정동 시대'를 접고 '대치동 시대'를 연 것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위기의식이 잘 묻어난다. 정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변화'를 강조했던 것과도 맞닿아 있다.
그간 한우물만 파는 것으로 유명한 현대백화점은 본사를 대치동으로 옮겨 압구정-삼성-대치동을 잇는 신(新) 강남벨트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고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압구정-삼성동-대치동 '삼각편대'로 재도약 기틀 마련
현대백화점은 지난 16~17일 이틀에 걸쳐 서울 압구정동 내 금강쇼핑센터에서 대치동 신사옥으로 본사 이전을 완료했다. 1980년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내 금강쇼핑센터에 입주한 지 약 40년 만에 본사 건물을 옮기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해 이전식 등 사내 기념행사는 생략했다.
현대백화점 대치동 신사옥. [사진=현대백화점] 2020.04.23 nrd8120@newspim.com |
현대백화점은 그동안 현대아파트 단지 내 상가건물인 금강쇼핑센터에서도 2~4층만 사용해 왔다. 1980년대에 지어진 관계로 건물이 낙후한 데다 수용 인원도 적어 현대백화점의 사세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신사옥은 삼성역 인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해 있다. 건물은 지하 6층~지상 14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연면적은 2만8714㎡(8686평)에 달한다. 수용인원은 1000명이다.
이로써 현대백화점은 대치동 시대를 열면서 '압구정-삼성-대치'를 잇는 새로운 강남벨트를 구축하게 됐다. 압구정동에는 현대백화점의 본점이 있고 삼성동에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있다. 무역센터점에는 면세점 본점이 자리한다.
현대백화점이 이같이 '강남벨트'를 완성한 것은 정 회장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올 초 신년사에서 정 회장은 처음으로 '비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정 회장은 당시 "비상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혁신적 사고'를 통해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침몰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주요 임원진들에게 '비상경영' 계획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실적이 저조했고 업황이 좋지 않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18% 신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강남 잡고 유통 강자로 우뚝선다
특히 강남 상권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잠실 롯데월드타워몰 등이 몰려 있는 만큼 유통 '빅3'의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이 중 현대백화점은 강남 터줏대감으로서 전통적 강자로 꼽힌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사진=현대백화점] 2019.12.10 june@newspim.com |
최근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무게 추가 이동하고 소비심리마저 위축되면서 강남은 단연 매력적인 상권으로 꼽힌다.
유동인구가 많고 전통적인 비즈니스 상권으로 구매력이 있는 직장인이 많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중 압구정·삼성·대치동은 강남 중에서도 고소득층 주거지로 프리미엄 상품 수요가 많다 보니 객단가가 높다.
게다가 국내 최대 규모의 건설프로젝트인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도 현대백화점이 대치동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동에 짓고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업무시설을 비롯해 숙박시설, 문화쇼핑몰까지 갖춘 105층 규모의 초고층 상업시설이다. 쇼핑몰은 외주를 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범현대가인 현대백화점이 쇼핑몰 사업자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자료=서울시] |
새롭게 형성될 강남벨트를 통해 백화점과 면세점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도 읽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40년간 압구정동에서 유통·패션·리빙 분야에서의 사업 다각화를 통해 그룹 성장의 기틀을 다졌다"며 "이제는 새로운 사옥에서 임직원들의 열정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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