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뤘던 등교 개학 준비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교 개학'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이고 실무 차원에서 등교 개학을 준비해야 하는 일부 교사들까지 학교가 집단감염지가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전국 고등학교 1∼2학년, 중학교 1∼2학년, 초등학교 4∼6학년 총 312만여명이 온라인 개학을 한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신동초등학교에서 온라인 개학식이 열리고 있다. 2020.04.16 pangbin@newspim.com |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등교 개학을 늦춰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등교 개학 후 집단감염이 발생해 2주 만에 온라인 개학으로 전환한 싱가포르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아직은 등교 개학이 이르다는 취지다. 이날 현재 이 청원에는 8000여명이 동의했다.
이들은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섣불리 등교 개학을 결정할 경우 싱가포르와 같은 사태가 국내에서도 재현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다. 수십 명이 한 반에 모여 생활하는 데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경우 신체 접촉이 많고 마스크 착용 등에 대한 통제가 상대적으로 어려워 학교가 새로운 집단감염지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등교 개학을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A씨는 "학생 한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같은 학급 학생들, 그 학부모, 학부모의 직장 동료 등 다 감염 위험이 엄청나게 커지는 데 개학을 미뤘으면 좋겠다"고 했다. B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의 경우 답답해서 하루종일 마스크를 제대로 잘 끼고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등교 개학이 이뤄질 경우 직접 학생들을 관리·통제해야 하는 교사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온라인 개학'으로 온라인 수업 준비에 지친 교사들은 등교 개학 논의를 일부 반기면서도, 학생들에 대한 통제가 잘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하는 표정이다.
서울 모 초등학교 교사 김모(30) 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은 성인이 아니라 상상 초월로 몸을 구르면서 논다"며 "그만큼 단순히 같은 공간에 있는 게 아니라 접촉하는 수준이 달라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크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등교 개학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느냐다. 교육부는 '등교 개학'과 관련해 이번 한 주간 교원·학부모 의견을 수렴한 뒤 시·도 교육감과 함께 시기, 방법 등을 협의한 뒤 다음달 3일 전후 확정하기로 했다. 지난 18일부터 열흘 가까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명 안팎에 그친 데 따른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현재 수준의 안정적 관리가 유지되고 다른 분야가 일상으로 복귀한다면 등교도 조심스럽게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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