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현기자= 중국의 글로벌 육·해상 신(新)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이 코로나19 여파에 제동이 걸렸다.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각국의 방역 강화와 원자재 공급 차질로 전 세계 곳곳의 건설 현장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사우스모닝포스트(SCMP)는 팬데믹 상황에 따른 국경 간 이동 통제와 원자재 수급 문제로 인해 인프라 프로젝트 건설 사업이 줄줄이 지연될 상황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국무원(國務院)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國有資產監督管理委員會) 관계자는 '각국 정부들이 팬데믹 상황에 방역 정책을 강화하면서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중국 내 원자재 공급업체들도 계약 이행이 늦어지면서 원자재 공급에 있어 리스크 요인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해외 인프라 공사 인력의 핵심인 중국 노동자 파견 수도 코로나 여파에 줄어들고 있다.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해외로 송출한 중국 노동자 규모는 동기 대비 2만 9000명이 감소한 3만 9000명으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공사 현장 [사진 신화사=뉴스핌] |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와 반둥을 잇는 총 길이 190 km의 고속철도 건설이 대표적이다. 총 60억 달러가 투입되는 대형 토목공사인 고속철도 구축 사업은 팬데믹 여파에 난관에 부딪쳤다.
시공을 맡은 인니ㆍ중국합작사(KCIC)측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원자재 도입이 지연된데다, 현장을 지휘하는 중국 전문가들의 복귀가 막힌 상태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비자 제한으로 현장 인부의 20%을 차지하는 중국 노동자들의 미 복귀 상황도 철도 건설 작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대형 인프라 사업인 바탕토루(Batang Toru) 수력 발전소 건설 공사도 중국 노동자들에 대한 비자 제한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댐은 멸종 위기의 동물인 '타파눌리 오랑우탄'으로 서식지인 수마트라섬 바탕토루(Batang Toru)에서 건설을 추진하면서 환경 단체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파키스탄 과다르항을 철도·송유관 등으로 잇는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 사업도 당국의 중국 노동자에 대한 방역 규제로 8주 연속 공사가 중지된 상태다. 이 사업은 620억 달러(약 70조원)에 이르는 대형 인프라 사업이다.
그 밖에 방글라데시도 도로,교량, 발전소를 비롯한 일대일로 사업 추진 연기를 공지했다. 스리랑카 콜롬보 인근에서 추진중인 14억 달러가 투입되는 신도시 건설 사업도 중국인 비지 제한으로 차질이 예상된다.
2019년 12월 마힌다 라자팍사 스리랑카 총리가 콜롬보 인근에 건설 예정인 신도시 프로젝트 모형도를 둘러보고 있다[사진 신화사=뉴스핌] |
이 같은 일대일로 사업의 지연은 국가간 협력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영국 경제연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보고서를 통해 팬데믹 상황이 일대일로 참여국 사이의 관계를 '탈선'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특히 공사 연기 및 예산 초과 상황이 일대일로 참여국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공포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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